
자신이 명예훼손·모욕 혐의로 처벌받은 과정 및 내용을 콘텐츠로 활용해 이익을 창출하는 인터넷 방송인들이 늘고 있다. 방송에서 특정인을 괴롭히는 등의 자극적 방송을 해 돈을 벌고, 형사처벌을 받더라도 그 과정을 다시 방송하는 식이다. 처벌 수위를 높이는 등의 실효성 있는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및 모욕 범죄는 총 1만4558건 발생했다. 2024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범죄 건수가 9.8% 늘었다. 문제는 실제 처벌 수위가 낮다는 점이다. 2024년 검찰에 접수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사건 8045건 중 정식 기소된 사건은 290건(3.6%)이었다. 비교적 처벌 수위가 낮아질 수밖에 없는 약식 기소 사건은 1761건(21.9%)에 달했다.
정통망법상 명예훼손이 인정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허위 사실로 명예훼손을 할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하다. 모욕죄는 형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실제 징역형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고 벌금형에 그친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인터넷 방송인들은 정통망법상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돼 내야 하는 벌금과 재판을 받으면서 들어간 변호사 비용 등을 시청자들로부터 충당하고 있다. 처벌을 받은 사실이 오히려 훈장처럼 작용해 돈벌이에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40대 여성 이모씨가 최근 유사한 일을 겪었다. 이씨는 탐정을 자칭하는 A씨가 진행하는 한 인터넷 방송을 시청하다가 곤경에 처했다. A씨가 방송에서 특정인을 지나치게 괴롭히고 있다는 생각에 이를 제지하는 댓글을 남겼다가 오히려 자신이 표적이 된 것이다. 신원을 특정하겠다는 협박을 당한 이씨는 고소를 고민 중이다.
이씨가 고소를 고민하는 이유는 A씨가 이미 다른 피해자로부터 고소를 당해 모욕 혐의로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데도 큰 문제없이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A씨는 앞선 처벌 전력을 공개하며 벌금과 변호사 비용 등을 후원금을 받는 콘텐츠를 진행했다. A씨는 실제 부담한 벌금보다 훨씬 더 많은 후원금을 모았다고 한다.
이씨는 "금전적으로 부담이 크지만 일단은 고소장을 작성하기 위해 법무사를 선임했다"면서도 "상담해보니 벌금형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을 들어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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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법당국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법당국이 피해자 중심 사고를 가지지 않는 한 해결되지 않을 문제"라며 "범죄를 저질러 얻는 경제적 이익이 비용보다 크다면 범죄자들은 멈출 이유가 없다고 느낄 것이다. 정통망법상 명예훼손 등의 범죄에 대한 형량 강화를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