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앵 애앵' 화재 경보기 울려도 "또 왜 저래?"…참사 부르는 오작동

김서현 기자
2026.03.25 04:00

대전 참사때도 오류의심 탓 대피 지연 원인으로 지목 돼
소화기와 달리 관리기준 미비, 보급형 구비후 거의 방치
"제품·성능 다양해 교체주기 등 일률 적용 한계" 지적도

23일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 공장 화재 현장에서 유가족 대표를 비롯한 국과수, 소방, 경찰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2026.03.23. jhope@newsis.com /사진=뉴시스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전 공장 화재를 계기로 화재경보기 등 소방시설 관리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화재가 발생한 공장에서는 평소 화재경보기 오작동이 잦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경보기는 소화기와 달리 교체주기가 정해져 있지 않아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

24일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방시설 오작동으로 인한 소방출동 건수는 11만7851건이다. 전년(12만4694건) 대비로는 소폭 줄었지만 최근 5년간 △2021년 8만5449건 △2022년 9만5106건 △2023년 11만5949건 등으로 증가했다.

감지기에서 소방서에 신호를 통보하는 속보설비를 제외하고 '탐지설비' 오작동으로만 대상을 좁히면 증가세는 더 가파르다.

이 경우 오작동 건수는 △2021년 2만618건 △2022년 4만6681건 △2023년 6만3243건 △2024년 7만199건 △2025년 6만7601건 등이다.

최근 5년 간 소방시설 오작동 출동 현황/그래픽=윤선정

한 소방관은 지난 22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통해 "경보기 오작동으로만 하루 평균 2~5건씩은 출동한다"며 "90%는 오작동이라서 실제 화재 때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전 공장 화재에서도 오작동 문제가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재 당시 공장 내부에 화재경보기가 한 차례 울린 뒤 꺼지면서 오작동을 의심한 직원들의 대피가 늦어졌다는 증언이 나오면서다. 경찰은 대전 공장 화재 발생 당시 경영진과 소방안전담당자를 상대로 소방시설 오작동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화재경보기는 설치의무만 있을 뿐 교체주기 등 관리기준이 미비하다. 일종의 유통기한처럼 분말 등 내부구성품 사용기준이 명확한 소화기와 달리 경보기는 주기적인 소방점검으로만 관리가 이뤄지는 실상이다. 일반적으로 소화기의 내용연수는 10년으로 정해졌다.

해외의 경우 화재경보기도 사용연한이 10년으로 제한된다. 미국 방화협회(NFPA)는 화재경보기를 포함한 소방제품 설치 10년 후 교체를 권장하고 제도화했다.

전문가들은 현행 제도상 화재경보기가 사업장에 방치된 채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사업장이 직접 점검업체를 선정하는 경우 제대로 된 점검이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시국 호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보급형 경보기는 일반적으로 열감지기와 연기감지기로 나뉘는데 각각 5000원, 1만원 남짓으로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며 "사업장에서는 최소한의 화재안전 감지를 위해 고가의 설비보다는 보급형 장비를 구비해놓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보기 제품마다 성능이 떨어지는 시점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교체기준을 일률적으로 정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며 "소모품인 소화기와 달리 소방점검을 통해 작동점검이 이뤄진다는 인식도 교체 필요성을 약화한다"고 덧붙였다.

함승희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방점검은 보통 건물주가 돈을 내고 종합정밀업체를 선정해 점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며 "현실적으로 문제를 짚었을 때 추후 선정에 불리할 수 있다는 업체들의 우려가 제대로 된 점검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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