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범인 도피'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 본격 시작…"무죄 선고해달라"

이혜수 기자
2026.03.31 16:37
윤석열 전 대통령/사진=뉴스1(사진공동취재단)

고 채수근 해병 순직 사건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선상에 올랐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해 도피시켰다는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이 본격 시작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31일 윤 전 대통령의 범인도피 혐의 1차 공판을 열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전 국정원장), 장호진 전 외교부 차관(전 국가안보실장),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심우정 전 검찰총장(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재판도 함께 진행된다. 이 재판은 채 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의 요청에 따라 중계된다.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 채명성 변호사는 이날 "윤 전 대통령은 결코 범인도피를 위한 인사권 행사를 하지 않았다"며 "헌법적 가치와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무죄를 선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채 해병의 순직에 대해 당시 군 통수권자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 이 재판은 헌법상 보장된 대통령의 인사권을 사법적으로 단죄할 수 있는지 묻는 재판"이라고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범인도피 혐의에 대해 이종섭 전 장관의 출국금지 사실이나 공수처의 구체적인 수사 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해제를 지시했단 객관적 증거가 없으며 개입한 적이 없다는 점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이 전 장관의 인사 검증 과정에 개입한 적이 없고 임명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점 등을 들어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도 발언권을 얻어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한 것은 그의 국방부 장관 이력에 따른 합리적 의사 결정이란 취지로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 전 장관은 당시 국방부 장관 시절부터 방산 수출에 상당한 성과를 냈던 사람"이라며 "인도·태평양 지역 협력의 중요한이슈가 있고 일반 외교관 경험을 가진 공무원보다 국방부 장관이 호주대사로 가면 해군 호위함 등의 수주 이점이 많아지겠다고 해서 (호주대사 임명을) 추진한 것"이라고 했다.

조태용 전 실장 측은 "재외공관장(대사관) 임명에 대한 대통령의 지시를 외교부에 전달한 건 국가안보실장으로서의 직무수행의 일환"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 "대사는 근무장소와 체류지, 연락처 등이 모두 공개되고 수사기관의 소환과 연락도 모두 가능하다"며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이 범인을 도피하게 하는 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범인도피를 위한 고의와 공모 행위 모두 없었다고 했다.

그 외 장호진 전 차관, 이시원 전 비서관, 박성재 전 장관, 심우정 전 총장 모두 혐의를 부인하며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밝혔다.

특검팀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 등은 채 해병 수사 외압 사건 핵심 피의자로 공수처 수사 대상에 올랐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해 해외로 도피하게 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에 대한 공수처 수사가 윤 전 대통령과 대통령실까지 확대되지 않도록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보낸 것이라고 의심한다.

조사 결과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11월17일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채 해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관련 특검 요구가 거세지자 이틀 후 조태용 전 실장에게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조태용 전 실장과 장호진 전 차관은 호주대사의 임기가 남아있고 교체 사유가 없음에도 외교부에 호주대사 교체 절차를 진행할 것을 독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호주대사 범인도피 사건은 이 전 장관이 채 해병 순직 사건의 피의자로 공수처 수사 대상에 올랐음에도 2024년 3월4일 호주대사에 임명되면서 대통령 등이 이 전 장관을 해외로 도피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당시 이 전 장관은 출국금지 상태였지만 외교부는 외교관 여권을 발급했고 같은 해 3월8일 출국금지가 해제됐다. 이 전 장관은 3월10일 호주로 출국했으나 국내 여론이 악화하자 11일 만에 '방산 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를 명분으로 귀국했고 3월29일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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