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차를 탈수록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나를 드러내는 상징'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그에 따라 운전 습관도 거칠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31일 서울연구원 스마트교통연구실 '서울시민이 자동차에 부여하는 상징과 애착에 따른 사회적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차 가격이 높을수록 이른바 '차부심'(자동차자부심) 수준이 뚜렷하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서울 시민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하고 차 가격에 따라 상·중·하 세 그룹으로 나눠 비교했다. 그 결과 5점 만점 기준 차부심 점수는 고가 차량 보유 집단이 평균 3.42점으로 가장 높았고, 중간 가격대는 3.18점, 저가 차량 집단은 2.97점으로 조사됐다.
가격대가 높아질수록 차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려는 경향이 단계적으로 강화되는 모습이다.
이 같은 인식은 응답 문항에서도 확인됐다. '내 차가 나를 표현한다'거나 '고급차를 타는 사람이 더 존중받는다'는 문항에서 고가 차량 및 수입차 보유자 동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자동차를 소비하는 행위가 단순한 허영을 넘어 개인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러한 '차부심'이 실제 운전 태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특정 상황을 제시하고 타인의 비매너 운전에 대한 용인 정도를 묻는 방법으로 이들의 행동 가능성을 추정했다.
그 결과 자동차에 대한 애착과 상징성을 크게 부여하는 운전자일수록 과속, 무신호 차선 변경, 끼어들기, 교차로 꼬리물기 등 다양한 비매너 운전에 보다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
특히 타인에게 불편을 주는 이른바 '빌런 주차'에 대한 용인 정도는 여러 비매너 예시 중에서도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차량에 대한 과도한 애착이 '내 차를 위한 공간 확보'라는 이기적 행동으로 이어졌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자동차에 대한 이러한 인식이 개인 운전 습관을 넘어 교통 혼잡과 환경 문제 등 사회적 비용 증가로 확장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차를 자신의 일부로 여기는 운전자일수록 자동차 이용 빈도가 높아지고 그만큼 혼잡 비용과 환경오염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공격적이거나 비규범적인 운전 행태는 도로 안전을 저해하고 사고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존 단속이나 과태료 중심 교통 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연구진은 "자동차 소유자 생각·태도·심리의 독립된 인식 체계가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교통정책에 반영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그동안 교통 정책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비전통적 요소를 적용한 새로운 교통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