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한 아파트 단지 안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량에 치여 숨진 초등학생이 가족과 이웃들의 눈물 섞인 배웅을 받으며 마지막 길을 떠났다.
2일 뉴스1에 따르면 이날 울산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 A양의 발인식이 엄수됐다. 딸의 영정사진이 운구 차량으로 향할 때 A양 어머니는 "아가야"라고 통곡했다.
장례 기간 동안 A양의 빈소는 아이가 평소 아꼈던 물건들로 채워졌다. 조문객들은 마음을 담아 과자와 음료수, 장난감, 학용품 등을 놓고 갔다. 단상 한쪽에서는 아이가 생전 즐겨 보던 유튜브 영상이 멈추지 않고 흘러나왔다. 초등학교 2학년 또래 친구들은 서툰 맞춤법으로 A양에게 마지막 편지를 전했다. '파자마 파티'를 약속했던 한 친구는 끝내 지키지 못한 약속 대신 캐릭터 잠옷을 마지막 선물로 건네며 친구의 먼 길을 배웅했다.
발인 전날 A양의 아버지는 하나뿐인 딸에 대해 "인생을 갈아서 키운 아이"라며 "잠들기 전에 항상 해준 말이 '엄마 아빠가 평생 지켜줄게'였는데 우리가 없는 사이에 이런 사달이 일어났다. 지켜주고 싶어도 못 지켜주는 상황이었다"고 눈물을 보였다.
평소 A양은 학원을 마친 후 아버지가 운영하는 편의점으로 가 간식을 들고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향하곤 했다. A양은 "아빠가 멋져 보인다"며 장래 희망으로 '편의점 사장'을 꼽았다.
비극적 사고는 지난달 30일 발생했다. A양은 태권도 학원 차량에서 내려 횡단보도를 건너다 단지 내부로 진입하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치였고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A양 아버지는 "그날 '비 오니까 바로 집에 들어가'라고 전화하려 했는데 하필 아이가 휴대전화 전원을 꺼놔서 통화도 못 했다"며 "울먹거리는 아이 엄마 연락에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어져서 다쳤구나'라고만 생각했다"고 했다.
사고를 낸 운전자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60대 남성 주민 B씨였다. 경찰은 B씨를 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유족 측은 B씨가 불구속 상태로 수사받고 있으면서도 조문이나 사과를 하지 않았다며 분노했다. 유족에 따르면 B씨는 경찰에 "브레이크 대신 실수로 액셀을 밟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사고 당시 A양은 손을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기에 B씨가 전방 주시만 제대로 했어도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을 거란 게 유족의 설명이다.
아울러 경찰은 A양을 내려준 학원 차량 운전자에 대해 주의 의무 위반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다. A양의 태권도 학원은 평소 차량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학생들을 인도까지 안전하게 지도해왔지만, 사고 당일엔 기존 운전자 대신 대체 운전자가 차를 몰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아파트 단지 내 차량 안전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특히 학원 차량 승하차 구역과 일반 차량 동선이 명확히 분리되지 않은 점, 단지 내 차량 속도 관리가 미흡한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아파트 단지 내 도로는 도로교통법상 '도로 외 구역'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대다수라서 법적 어린이보호구역 지정에서 제외되고 있는 허점도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