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4만건' 피싱범죄 급증에…'서울청 직접 수사' 문턱 높아졌다

최문혁 기자
2026.04.07 15:40
최근 5년간 피싱범죄 발생건수 및 피해규모./그래픽=김지영 디자인 기자.

피싱 범죄가 급증하면서 서울청이 직접 수사하는 피싱 범죄 사건 문턱을 조정했다. 일선에서는 대응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피해자들의 불만도 커질 수 있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청은 앞으로 신고자가 빠르게 접수한 사건 가운데 고액 사건만 서울청 광역수사단이 직접 수사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빠르게 접수한 사건이나 신고 시점과 상관없이 고액 사건을 서울청 광역수사단에 이송할 수 있었다.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사건은 일선 경찰서가 맡아 수사한다. 접수가 빠르더라도 소액인 사건은 일선서가 사건을 맡는 셈이다.

서울청이 기준을 조정한 배경에는 피싱 범죄의 가파른 증가세가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피싱 범죄는 4만1525건으로 전년(3만4604건)보다 20% 늘었다. 같은 기간 피해규모도 1조6870억원에서 2조2057억원으로 30% 넘게 증가했다. 건수가 급증하면서 전담 수사 인력에 업무가 몰리면서 이송 기준을 조정한 것이다.

범죄 유형도 진화하면서 수사 난이도도 높아졌다. 과거 보이스피싱과 스미싱(문자메시지 피싱) 중심에서 벗어나 투자리딩방, 로맨스스캠, 노쇼 사기 등 새로운 유형이 등장했다. 해외 조직과 연계되거나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는 사례도 늘었다.

지난해 10월18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캄보디아 당국의 범죄단지 단속으로 적발돼 구금됐던 한국인들이 송환되고 있다./사진=뉴스1.

다만 현장에서는 이번 기준 조정이 '임시 처방'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해외에 거점을 두거나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는 피싱 범죄 조직 특성상 일선서 수사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일선서 경찰은 "범죄 이용 계좌를 추적해도 대부분 대포 통장"이라며 "일선서에서 수거책을 검거하는 것을 넘어 범죄 조직의 윗선까지 추적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신고 시점과 피해 규모를 기준으로 사건을 나누다 보니 동일 조직 범죄라도 수사가 분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단순히 피해 규모 등을 가지고 업무를 분담하는 것보다 범행 수법과 같은 다양한 측면을 판단해 업무를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의 불만이 나올 수 있다. 피해 규모만 따지다보면 소액 피해자들이 하소연할 곳이 사라질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진화하는 피싱 범죄 유형에 요구되는 전문 수사 역량이 커지면서 피싱 범죄 수사에 대한 전담 인력과 통합 수사 체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피싱 범죄 조직 검거에는 국제 공조가 필수적"이라며 "이는 외사 기능을 갖춘 지방청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경찰 내부 역량만 활용하기보다 민간 전문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수사 역량을 키우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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