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집에서 금고를 통째로 훔친 30대 남성에게 실형을 선고한 하급심 판단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입법 공백 상태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개정된 형법을 적용하면 '친고죄'에 해당해서다.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절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2024년 12월 부모의 주거지에 몰래 들어가 안방 드레스룸에 있던 금고를 접이식 수레로 통째로 옮겨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금고 안에는 현금 약 450만원, 상품권 200만원 상당, 금반지 등 총 3000만원 상당의 재물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달 29일에는 아버지에게 "전 분명 경고했는데, 싹 다 죽일거라고"라는 메시지를 보내 가족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가할 듯 협박한 혐의(존속협박)도 적용됐다.
당시 친족 간 절도에 대해 형을 면제하던 형법 규정은 2024년 6월27일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효력이 정지된 상태였고 국회의 구체적인 입법이 이뤄지기 전이었다. 헌법불합치 결정이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지만 즉시 무효화하지 않고 일정 기간 동안 효력을 유지하며 국회가 개정할 시간을 주는 결정을 말한다. 이후 범행이 있었고 2025년 8월 1심 법원에서 피해자들은 처벌 불원 의사표시를 했다.
그럼에도 1심 법원은 2025년 12월17일 피고인이 구속 상태였던 점 등을 고려해 절도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다만 존속협박 혐의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점을 들어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이후 2025년 12월31일 법이 개정됐다. 친족 간 절도에 대해 형을 면제하던 형법 규정이 친고죄(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범죄)로 개정됐다. 부칙에 개정 규정은 2024년 6월27일 이후 최초로 지은 범죄부터 적용된다고 명시됐다.
2심은 양형이 무겁다고 보고 징역 8개월로 감형하면서도 유죄 판단 자체는 유지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왔다.
대법원은 A씨의 범행 시점이 헌재 결정 이후인 만큼 부칙 규정에 따라 개정 형법이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절도 혐의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에 해당하게 된다.
A씨의 부모는 1심 판결 선고 전에 이미 합의서를 제출하며 처벌 불원 의사를 밝혔다. 처벌 불원 의사는 고소 취소의 효력을 갖는다. 그런데도 1심 법원은 유죄 판결을 내려 개정 후 법을 적용하지 않은 채 판결을 선고한 셈이 됐다.
대법원은 "사건 공소사실은 개정 형법 제328조에 따라 친고죄에 해당한다"며 "피해자들이 제1심 판결 선고 전에 고소를 취소한 이상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됐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원심이 유죄를 인정한 것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