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유착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합수본)가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을 재판에 넘기지 않기로 했다.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서다. 다만 전 의원 보좌진 4명은 압수수색에 대비해 사무실 PC와 저장장치를 없앤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합수본은 10일 전 의원의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임·김 전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한학자 통일교 총재 등의 뇌물공여 및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 대해 공소시효가 완성되거나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며 경찰 수사팀의 불송치 결정과 검찰 기록 반환으로 수사를 종결했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2018년 8월 경기 가평 통일교 천정궁에서 한일 해저터널 사업 등에 관한 청탁을 받고 한 총재 측으로부터 명품 시계 1점과 현금 2000만~3000만원 상당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또 2019년 10월에는 통일교 측으로부터 특정 예술중·고 이전 청탁을 받고 자서전 구입 대금 명목으로 1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도 받았다.
합수본은 통일교 측이 2018년 2월 785만원 상당의 까르띠에 시계를 구입했고 2019년 7월 전 의원의 지인이 해당 시계 수리를 맡긴 사실까지는 확인했다. 다만 시계 실물은 확보하지 못했다. 특히 함께 전달됐다는 현금은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였고 그 진술만으로는 액수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합수본은 "제공 금품이 시계를 포함해도 3000만원 이상이라고 보기 어려워 정치자금법 및 뇌물 혐의의 공소시효 7년이 지났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뇌물수수 금액이 3000만원 미만이면 공소시효가 7년이고 3000만원 이상이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돼 공소시효가 10년으로 늘어난다.
자서전 대금 사건은 혐의없음으로 판단했다. 통일교가 2019년 10월 전 의원 자서전 500권을 1000만원에 구입한 사실 자체는 인정됐다. 그러나 합수본은 당시 통일교 측이 전 의원을 만나 구체적인 청탁을 했다고 볼 자료가 없고 책도 정가 2만원에 실제 구매했다고 판단했다. 또 전 의원이 통일교 측의 책 구매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볼 증거도 부족하다고 봤다.
임 전 의원과 김 전 의원은 2020년 4월쯤 통일교 측으로부터 각각 현금 3000만원을 받은 의혹으로 수사를 받았다. 합수본은 임 전 의원이 2016~2023년 통일교 행사에 참석하는 등 통일교 측과 일정한 관계를 유지한 사실은 인정했다. 김 전 의원도 2018~2021년 통일교 및 산하 단체 행사에 참석했고 2020년 2월 가평 천원단지를 방문하는 등 접점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합수본은 두 사람이 실제로 3000만원을 받았다는 점은 윤 전 본부장 진술 외에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윤 전 본부장 진술 자체도 금품 액수와 전달 경위가 구체적이지 않아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에 따라 임 전 의원과 김 전 의원의 사건은 혐의없음으로 정리됐다.
이에 따라 금품을 줬다는 의혹을 받은 한 총재·정원주 전 비서실장·윤 전 본부장 등의 뇌물공여·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공소권 없음 또는 혐의없음으로 함께 종결됐다.
다만 전 의원의 보좌진 4명은 증거인멸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합수본은 이들이 지난해 12월10일 전 의원 부산 지역구 사무실에서 업무용 PC 5대를 초기화하고 하드디스크 등 저장장치 3대를 손괴·유기한 혐의가 있다고 봤다. 이들은 압수수색이 예상되자 초기화 방법을 공유하고 사무실 책임자가 이를 승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 의원이 보좌진들에게 직접 증거인멸을 지시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전 의원 측은 "직원이 개인 파일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며 "국회 사무실에서 인지한 즉시 자료 복구 지시를 내렸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합수본은 "통일교의 단체 자금을 이용한 정치인 불법 후원, 신천지의 특정 정당 가입 강요 및 로비 의혹 등 현재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도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 실체를 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합수본은 지난 1월6일 출범했다.
이번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이 지난해 8월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에 2018~2020년 전 의원 등 정치인들에게 금품을 건넸다고 진술하면서 불거졌다. 특검은 당시 이 사건이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사건번호만 부여해 뒀다가 편파 수사 논란이 일자 뒤늦게 사건을 경찰로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