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업자가 대리점에 판촉 비용을 떠넘긴 것과 관련, 추후 만들어진 대리점법 조항을 해당 행위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한 부칙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법 시행 당시 이미 체결돼 있던 계약도 대리점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헌재는 29일 재판관 8대 1 의견으로 대리점법 부칙 제2조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대리점법은 공급업자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대리점에 금전이나 물품, 용역 등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이를 위반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쟁점은 법 적용 범위였다. 대리점법은 2016년 12월 시행될 당시 법 시행 후 새로 체결되거나 갱신된 계약부터 적용된다고 규정했다. 그런데 2017년 10월 부칙이 개정되면서 법 시행 당시 이미 체결돼 있던 계약에도 대리점법을 적용할 수 있게 됐다.
공정위는 이 개정 부칙을 근거로 한샘에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한샘이 2015년 1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전시매장 판촉 행사 비용을 대리점들에 부담하게 했다는 이유였다.
한샘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서울고법은 해당 부칙이 과거 행위에 법을 소급 적용하는 것 아니냐며 헌재에 위헌 여부 판단을 요청했다.
헌재 다수의견은 해당 부칙이 일부 소급입법에 해당한다고 봤다. 다만 대리점 보호라는 공익이 크기 때문에 헌법상 허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법 시행 이후에도 기존 계약이라는 이유로 대리점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겼다고 봤다. 새 계약이나 갱신 계약인지에 따라 같은 피해를 본 대리점 사이에 법 적용 여부가 달라지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다.
또 소급 적용 기간이 약 10개월로 길지 않고 공급업자에게 새롭게 지나치게 무거운 부담을 지우는 것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재산권 침해나 소급입법 금지 원칙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반면 반대의견을 낸 재판관 1명(재판관 김복형)은 해당 부칙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봤다. 개정 부칙이 법 시행 당시 이미 체결돼 있던 계약에까지 대리점법을 소급 적용하도록 해 공급업자의 신뢰를 침해한다고 봤다. 당초 법은 시행 후 새로 체결되거나 갱신된 계약부터 적용한다고 정했는데 나중에 법을 바꿔 과거 행위까지 제재 대상으로 삼는 것은 법적 안정성과 소급입법 금지원칙에 어긋난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