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돌려막기' 집주인, 돈 못 돌려줬는데...'유죄→무죄' 뒤집힌 이유

차유채 기자
2026.04.30 16:20
세입자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던 50대 남녀가 항소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사진은 참고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입자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던 50대 남녀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30일 뉴시스와 뉴스1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항소7부(임주혁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녀 A씨와 B씨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또 1심 배상명령도 모두 취소했다.

임대 사업자 A씨와 B씨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빌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세입자 3명의 보증금 총 1억5500만원을 제때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등은 2017년 부산 동구 한 빌라를 6억5000만원에 매수하며 임대 사업을 시작했다. 건물 구매 당시 실제 자본금은 1억원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모두 담보 대출과 임대차 보증금 채무로 채웠다.

이후 추가로 빌라를 매수하며 사업을 확장했지만 별다른 소득이나 자산 없이 월세 수입만으로 대출 원리금과 생활비를 감당해야 했고, 카드론까지 이용하면서 자금 사정이 악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이들은 한 건물을 경매에 넘겼고 최초 감정가 약 8억2000만원이던 부동산은 5차례 유찰 끝에 약 3억2000만원에 낙찰됐다.

세입자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던 50대 남녀가 항소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사진은 참고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재판 핵심 쟁점은 계약 당시 이들에게 보증금을 가로챌 의도가 있었는지였다. A씨와 B씨는 법정에서 "계약 당시에는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지만 예상치 못한 자금난과 낮은 경매 낙찰가로 인해 일부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게 됐다"며 고의를 부인했다.

반면 검찰은 이들이 신규 임차인 보증금으로 기존 임차인 보증금을 돌려주는 이른바 '돌려막기' 방식으로 자금을 운용해 온 점 등을 들어 편취 고의가 있었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소자본 갭투자로 부동산을 매수한 점 △다수 채무를 감당하기 어려운 재정 상태였던 점 △다른 임차인 보증금을 돌려막기 방식으로 반환한 점 등을 근거로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이에 A씨에게 징역 1년, B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경매 낙찰가 하락 등으로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게 됐다는 사정만으로 계약 당시 편취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편취 의사를 인정할 만한 충분한 증거나 입증이 부족하다"고 판시하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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