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년만의 '노동절' 서울 곳곳 집회…법정공휴일에 학생들도 거리로

최문혁 기자
2026.05.01 17:53

원청 직접 교섭 촉구…7월 총파업 예고
화물연대 사망사고 추모…'정부 기념식' 참석 반발한 조합원 난입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6 세계노동절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시스.

63년 만에 명칭이 바뀌고 법정공휴일이 된 '노동절'을 맞아 서울 도심 곳곳에서 노동 단체들이 대규모 집회를 열고 노동권 확대를 촉구했다. 노동계는 올해를 '원청 교섭'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2026 세계노동절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만명(경찰 추산 8000명)이 모였다. 세계노동절대회는 서울을 비롯해 전국 13개 지역에서 동시 진행됐다. 전국 대회 참석인원은 10만명(주최 측 추산)에 이른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63년 만에 '노동절'이라는 이름을 되찾았다"며 "공무원, 교사, 아이들도 함께 쉴 수 있는 날이 됐다"고 밝혔다.

올해는 63년 만에 '근로자의 날'에서 노동절로 명칭이 변경된 해다. 앞서 노동절은 1963년 '근로자의 날'로 명칭이 변경됐다. 이재명정부는 명칭을 다시 노동절로 바꾸고 올해부터 법정공휴일로 지정했다.

민주노총은 하청노조의 원청과의 직접 교섭을 요구하면서 '7월 총파업'도 예고했다. 양 위원장은 "공공부문 노동자의 진짜 사장인 정부와 간접고용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진짜 사장인 원청이 회피할 곳은 더 이상 없다"며 "7월 총파업 투쟁으로 원청교섭을 쟁취하겠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사망사고 추모…'정부 기념식' 참석 반발한 조합원 난입도

'노동절 관제행사를 반대하며 노동해방을 위해 행동하는 활동가 모임' 손팻말을 든 시민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2026 세계노동절대회에 참석해 양경수 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며 기습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스1.

이날 집회에서는 경남 진주 CU물류센터 앞 농성 현장에서 사망한 화물노동자를 추모하는 묵념도 진행됐다. 양 위원장은 "숨진 노동자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정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의 '정부 기념식' 참석에 반발해 한 조합원이 난입하는 돌발상황도 벌어졌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심모씨(39)는 양 위원장의 대회사 도중 '노동절을 노동계급에게'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뛰어들어 "양경수 위원장은 사퇴하라"고 외쳤다.

그는 "세계노동절대회 직전 정부 기념식에 참석해 이재명 대통령과 악수하는 것은 노조를 기만하는 행위"라며 "합의를 이뤘다 하더라도 아직 CU물류센터 사망 사태가 해결되지 않았고, 정부의 책임도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양 위원장은 청와대에서 열린 노동절 기념식에 참석해 이 대통령 옆자리에 앉았다. 당초 민주노총은 CU물류센터 사망 사태를 이유로 정부 행사 참석 판단을 유보해왔다. 그러다 전날 화물연대와 BGF로지스 간 최종 합의가 이뤄지면서 참석을 결정했다.

노조뿐 아니라 학생들도 거리로…여의도선 '한국노총 노동자대회'
1일 오후 서울 청계천광장에서 열린 '이제 다시 모두의 노동절 거리축제'에서 한 시민이 행사 부스를 구경하고 있다./사진=최문혁 기자.

올해 노동절에는 양대 노총뿐 아니라 시민들과 학생들도 거리로 나와 집회에 참석했다. 세종대로 옆 청계천 일대에서는 고용노동부가 주최하는 노동절 기념 '거리축제'가 열렸다. 축제에는 시민들이 직접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부스가 마련됐다.

노동절이 법정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행사장 곳곳 어린 학생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세 아들과 함께 청계천을 찾았다는 40대 오채연씨는 "아이들과 함께 노동절 행사를 온 것은 처음"이라며 "부스를 돌며 전태일 열사 이야기 등 노동의 의미를 알려줬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이모군(17)은 친구와 함께 세계노동절대회 현장을 방문했다. 이군은 한 노동시민단체에 후원금을 이체하기도 했다. 그는 "평소 노동 문제에 관심이 많아 친구를 끌고 나왔다"며 "법정공휴일이 되면서 이곳에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선생님도 노동자이기 때문에 쉴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여의대로 일대에서 '5.1 노동절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노동을 '근로'라는 말로 바꿔 순응을 강요하던 시간을 지나 노동절을 다시 우리의 이름으로 되찾은 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의 비정규직 규모는 OECD 평균의 두 배가 넘는다"며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라면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이 원칙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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