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의 간소화는 단순한 외형 변화를 넘어 죽음을 대하는 사회의 태도와 의미를 다시 묻고 있다.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고인과 유족의 선택에 따라 저마다의 방식으로 장례를 치르는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무빈소 장례' 확산을 두고는 장례의 본질을 훼손하고 공동체적 애도 기능을 약화시킨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3일 장례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통적인 3일장을 고수하지 않고 기간을 이틀로 줄이거나 빈소를 차리지 않는 '무빈소 장례' 사례가 늘고 있다. 유족끼리 조용히 장례를 치르거나 경제적·절차적 부담을 줄이려는 이들이 주로 선택한다.
생전 고인이 좋아하던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는 등 고인과 유족이 원하는 형태로 진행하는 '자유장' 사례도 이어진다. 지난해 개그맨 김정렬은 선배 고(故) 전유성의 영결식에서 대표 개인기인 '숭구리당당' 춤을 춰 화제가 됐다. 김씨는 2023년 고 서세원의 영결식에서도 같은 춤을 추며 고인을 보냈다. 당시 김씨는 "생로병사로 돌아가는 마당에 슬픔만 가져가는 것은 옳지 않다"며 "탄생도 기쁨이고 죽음도 가야 할 길이라는 차원에서 기쁨"이라고 말했다.
가수 이랑은 2021년 친언니를 떠나보내며 장례식장에서 언니가 속했던 댄스팀이 춤추는 장면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공개했다. 당시 상주를 맡았던 이씨는 공주 왕관, 공연 의상 등 생전 언니가 평소에 좋아하던 물건들로 장례식장을 채우기도 했다.
전통적인 장례 문화에서 벗어나려는 인식 변화는 설문에서도 드러난다. 상조보증공제조합이 2024년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상장례 문화에 관한 소비자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2.4%가 우리나라 장례 문화가 '변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개선 방향으로는 '장례 절차 간소화'(38%)가 가장 높았다. '가족 중심 소규모 장례'(22.8%)와 '개인별 맞춤형 장례'(21.8%)가 뒤를 이었다.
작은 장례 흐름은 형식에서 벗어나 죽음을 각자의 방식에 맞게 재해석하려는 변화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전통 장례를 따르지 않으면 문제라고 여기거나 조문객 수나 화환을 비교하는 등 부작용이 있던 것도 사실"이라며 "최근엔 경제적 여건이나 유족 의사 등 각자 상황에 맞게 선택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재 사단법인 장례지도사협회 협회장도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는 행위는 고인을 떠나보낸 이들이 동질감을 느끼고 슬픔을 해소하는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무빈소 장례를 두고 장례의 본질 훼손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간소화를 넘어 장례 절차 자체를 생략하는 것에 가깝고, 장례가 지녀온 공동체적 애도 기능도 약화시킨다는 이유에서다. 빈소를 없애는 흐름 뒤에 비용과 효율을 앞세운 상업적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 협회장은 "자칫하면 죽음을 등한시하는 문화가 트렌드처럼 여겨질 수 있다"며 "빈소를 차리지 않는 건 장례 의식을 통해 지켜지는 예의를 훼손하고 고인을 사회에서 고립시키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