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참변' 묻지마 범죄 반복…전문가 "고위험군 조기 발견 필요"

민수정 기자
2026.05.07 11:30
5일 오전 광주 광산구 남부대 인근 도로에서 발생한 흉기 피습 현장에서 경찰이 수습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날 사건으로 여고생 1명이 숨지고 이를 돕던 남고생 1명이 다쳤다./사진=뉴스1.

'광주 여고생 묻지마 살인사건' 등 이상동기 범죄가 잇따르면서 처벌 강화보다 예방에 무게를 두고 대응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상동기범죄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하고 위험 신호를 포착하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광주지법은 7일 살인 등 혐의를 받는 장모씨(24)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고 있다.

전날 광주 광산경찰서는 장씨에 대한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장씨는 지난 5일 자정쯤 광주 광산구 일대에서 귀가 중이던 여고생 A양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또 다른 고등학생 B군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도 있다.

경찰은 범행 11시간여 만에 장씨를 긴급 체포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사는 게 재미가 없어 죽으려 했다"며 "미리 구입한 흉기를 챙겨 나와 생을 마치려 했는데, 피해 여학생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충동을 느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범행 당시 약물이나 음주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일면식 없는 관계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2024년 박대성 사건'과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씨는 전남 순천에서 처음 본 10대 여학생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해 지난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경찰은 광주 사건 역시 범행 동기가 명확하지 않은 이상동기범죄일 가능성을 두고 수사 중이다.

이상동기범죄는 매년 40건 안팎 발생하고 있다. 최근 인천 부평구 한 공원에서는 60대 남성이 두살배기 아기의 머리를 별다른 이유 없이 강하게 내리치는 사건도 발생했다. 경찰은 피해자와 가해자 간 관련이 없고, 범행 동기가 불분명하며, 범행이 과도하거나 비정상적일 경우 이상동기범죄로 분류하고 있다.

반복되는 '묻지마 범죄'…전문가 "조기 개입 필요"
크리스마스인 25일 인파가 몰린 서울 명동 거리에서 경찰이 배치돼 있다./사진=뉴스1.

정부와 경찰은 이상동기범죄 대책을 실행 중이다. 경찰은 2023년 수도권 일대에서 발생한 묻지마 범죄를 계기로 이듬해 형사기동대와 기동순찰대를 신설했다. 지난해부터는 공공장소흉기소지죄와 공중협박죄가 시행됐고, 법무부 역시 재범 방지 차원에서 고위험군을 선별해 집중 관리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다만 처벌 강화 중심의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후 대응보다 예방 체계 구축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현재 법무부 관리 체계는 보호관찰 대상자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대상자 외 위험군을 포착하기 어렵다는 한계점도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형사사법 체계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복지·정신건강 시스템이 함께 작동하는 조기 개입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상동기범죄는 정신질환뿐 아니라 개인의 좌절감과 사회에 대한 분노 등 여러 이유로 발생할 수 있다"며 "경력 배치 같은 표면적 대응만으로는 범죄 예방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일부 범죄자들에게는 처벌이 효과가 없다"면서 "광주 사건처럼 피의자가 범행에 이르게 된 과정을 면밀히 분석해 사전에 위험 신호를 포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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