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집 앞 '메탄올 소주병' 둔 아들…대법 "특수협박 아냐"

송민경 (변호사)기자
2026.05.25 09:00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사진=뉴스1

아버지 집 앞에 치사량 수준의 메탄올이 든 소주병을 반복해서 놓아둔 아들에게 특수협박 혐의를 적용하면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일반 협박 혐의는 유죄이지만 위험한 물건 사용을 전제로 하는 특수협박은 무죄라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협박, 특수존속협박,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씨에 대해 특수존속협박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3월 아버지 집 현관문 앞에 메탄올(함량 79.9%)이 담긴 빈 소주병을 5차례 놓아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소주병에는 이미 숨진 할머니 명의로 'OO아 빨리 보고 싶다 엄마가'라는 메모도 붙어 있었다.

1심과 2심 법원은 A씨에게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독성이 강한 메탄올이 담긴 소주병을 이용해 아버지를 위협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일부 판단이 잘못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우선 메탄올 소주병을 둔 행위 자체는 협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피해자에게 공포심을 줄 만한 내용이었고 실제 협박 의도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보복협박과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 유죄 판단은 그대로 유지했다.

다만 특수존속협박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형법상 특수협박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상태에서 협박해야 성립하는데 이번 사건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피해자 몰래 소주병을 두고 현장을 떠났고 피해자가 이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자리를 벗어난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어 "소주병은 협박 내용을 전달하는 일종의 매개물에 불과할 뿐 피고인이 위험한 물건을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상태에서 위협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특수협박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위험한 물건이 등장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범행 당시 피고인이 그 물건을 실제 지배하면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였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위험한 물건을 이용했더라도 범행 당시 직접 들고 있거나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면 형법상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협박한 경우'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위험한 물건을 들고 직접 위협한 경우와 위험한 물건을 놓아두고 떠난 경우는 다르게 봐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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