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29일(현지 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태운 유람선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호가 침몰했다. 선박에는 한국인 관광객과 가이드 등 33명이 탑승해 있었으며, 이 가운데 25명이 숨지고 1명은 끝내 실종 상태로 남았다. 대형 크루즈선의 무리한 추월과 안전 불감증이 빚어낸 참사였다.
사고가 발생한 다뉴브강은 부다페스트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대표 관광 명소다. 왈츠곡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의 배경으로도 유명해 한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여행 코스로 꼽혔다. 특히 야경 관광으로 잘 알려진 곳이었다.
사고 당일 비가 내렸지만 한국인 패키지 관광객들은 예정대로 야경 유람선에 올랐다. 이후 오후 9시쯤 허블레아니호는 약 1시간의 야경 투어를 마치고 복귀하던 중이었다. 머르기트 다리 인근을 지나던 순간 뒤따르던 대형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호'가 방향을 틀며 허블레아니호 선미를 들이받았다.
두 선박의 크기 차이는 압도적이었다. 바이킹 시긴호는 길이 135m 규모의 5000톤급 크루즈선이었지만, 허블레아니호는 길이 27m의 소형 유람선이었다. 충돌 직후 허블레아니호는 중심을 잃고 순식간에 뒤집혔다. 침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수 초였다.
이후 조사 결과 바이킹 시긴호 선장이 허블레아니호를 무리하게 추월하려 한 것이 사고 원인으로 파악됐다.
사고 당시 허블레아니호에는 한국인 관광객 30명과 인솔자·사진기사·현지 가이드 등 한국인 33명, 헝가리인 선장과 승무원 2명 등 총 35명이 타고 있었다. 이 가운데 한국인 7명만 구조됐다.
사고 직후 헝가리 구조대가 현장에 투입됐지만 구조 작업은 쉽지 않았다. 당시 부다페스트에는 폭우가 이어졌고 사고 당일에는 5월 평균 강수량의 67%에 달하는 비가 하루 만에 쏟아졌다. 다뉴브강 수위가 높아진 데다 유속까지 빨라 수색과 잠수 작업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헝가리 정부는 구조 선박 외 운항을 금지하고 군 잠수사와 헬기 등을 투입해 수색에 나섰다. 한국 정부 역시 해군 해난구조전대(SSU) 심해잠수사와 해경·소방 인력 등으로 구성된 신속대응팀을 현지에 파견해 합동 수색을 벌였다.
실종자 수색 범위는 사고 지점에서 하류 50㎞ 밖까지 확대됐다. 희생자들의 시신은 사고 지점에서 4㎞ 떨어진 곳부터 최대 132㎞ 떨어진 남부 지역까지 떠내려간 채 발견됐다.
침몰한 허블레아니호 인양 작업도 난항을 겪었다. 폭우로 강 수위가 쉽게 낮아지지 않았고 대형 크레인이 다리 아래를 통과하지 못하는 문제까지 겹쳤다. 결국 강 상류 유량을 조절해 수위를 낮춘 뒤 선체를 인양했고 내부에서 실종자 시신 4구가 추가로 수습됐다.
한국인 1명은 62일간 수색에도 끝내 발견되지 않아 실종 상태로 수색이 종료됐다.
사고를 낸 바이킹 시긴호 선장은 과실치사와 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5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한국인 희생자 유족들은 국내 여행사를 상대로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기상 악화 상황에도 구명조끼 착용 지시가 없었던 점, 현지 여행사가 최소 승무원 규정을 지키지 않은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법원은 지난해 6월 여행사의 안전 배려 의무 위반 책임을 인정했다. 사망자 1인당 평균 위자료는 1억2000만원 수준으로 책정됐으며, 전체 배상액은 약 25억8500만원이었다.
사고 직후 헝가리 시민들은 머르기트 다리와 한국대사관 앞에 촛불과 꽃을 놓으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사고 2주기였던 2021년에는 머르기트 다리 인근에 추모 조형물과 비석도 세워졌다.
현재 이곳은 한국인 유족과 현지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기원하는 공간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