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죽자" 처자식 수면제 먹여 바다 돌진…홀로 탈출 가장에 판사 질타[뉴스속오늘]

차유채 기자
2026.06.01 06:00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25년 6월 1일, 전남 진도군 진도항 인근 바다로 한 가족이 탄 승용차가 돌진해 아내와 고등학생 두 아들이 숨졌다. 40대 가장 지모씨는 차량 안으로 바닷물이 차오르자 공포를 느껴 홀로 탈출했다. 지씨는 생활고에 시달리던 끝에 아내와 동반 자살을 공모했고, 부모 없이 남겨질 자녀들이 힘든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판단해 두 아들까지 함께 죽이기로 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진도에서 차량을 바다에 빠뜨려 일가족을 숨지게 한 40대 가장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광주 북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서는 모습. 목포해경이 진도군 진도항에서 일가족 4명이 탑승했던 차량을 인양하는 모습. /사진=뉴스1

2025년 6월1일, 전남 진도군 진도항 인근 바다로 한 가족이 탄 차가 돌진했다. 이 일로 아내와 고등학생 두 아들이 숨졌다. 40대 가장 지모씨는 차량이 바다에 가라앉는 순간 홀로 탈출했다. 지씨는 생활고에 시달리던 끝에 아내와 동반 자살을 공모했고 부모 없이 남겨질 자녀들 미래를 비관해 두 아들까지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함께 죽으려 했는데 공포감에…"
2억원 상당의 채무에 시달리던 가장 지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아온 아내를 돌보는 부담까지 겹치자 결국 가족과 함께 생을 마감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진은 진도에서 차량을 바다에 빠뜨려 일가족을 숨지게 한 40대 가장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광주 북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서는 모습. /사진=뉴스1

건설현장 일용직으로 일하던 지씨는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빚이 불어나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깊어졌다. 2억원 상당의 채무에 시달리던 그는 정신과 치료를 받아온 아내를 돌보는 부담까지 겹치자 결국 가족과 함께 생을 마감하기로 마음먹었다.

지씨는 가족에게 여행을 가자고 제안한 뒤 2025년 5월30일 광주에서 출발해 무안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 날 목포와 신안을 거쳐 진도로 향하는 과정에서 목포 평화광장 인근에서 '영양제'라고 속이며 수면제를 희석한 피로회복 음료를 가족에게 건넸다. 음료에 섞은 수면제는 아내가 평소 처방받던 약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지씨는 사건 직후 미리 열어둔 운전석 창문을 통해 혼자 빠져나왔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차 안으로 물이 들어오자 공포감이 들어 빠져나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후 그는 친형과 지인 도움을 받아 광주로 도주했고 가족에 대한 구조 요청은 하지 않았다.

"학생 결석" 교사 신고에 '덜미'
진도 일가족 살인사건은 둘째 아들 담임교사의 신고로 세상에 알려졌다. 사진은 목포해경이 진도군 진도항 인근 해상에 추락한 차량을 수색하는 모습. /사진=뉴스1

사건은 둘째 아들 담임교사 신고로 세상에 알려졌다.

체험학습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학생이 등교하지 않자 담임교사가 자택을 방문했고, 이후 실종 신고로 이어졌다. 지씨 가족은 앞서 가족 여행을 이유로 체험학습을 신청했지만, 6월4일 예정된 모의고사 등을 이유로 승인받지 못한 상태였다.

이후 바다에서 차량과 시신 3구가 인양됐고 지씨는 사건 발생 다음 날인 2일 광주 서구 양동시장 인근에서 긴급 체포됐다. 가족은 별도의 유서를 남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판사도 눈물 "자녀 신뢰 이용"
광주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박재성 부장판사)는 같은 해 9월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박 부장판사는 선고 요지를 읽던 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한 참고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광주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박재성 부장판사)는 같은 해 9월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박 부장판사는 "천륜에 반하는 범죄"라며 "자녀들의 맹목적 신뢰를 이용해 그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바다에 빠진 후 바닷물을 조금 마시고 숨이 막히는 답답함을 느끼자마자 메고 있던 안전벨트를 풀고 열린 창문을 통해 차량에서 빠져나와 40분여 만에 뭍으로 올라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짊어져야 할 빚 때문에 아들들과 지병이 있는 아내가 자신에게 짐만 될 것으로 생각해서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닐까 하는 지씨에 대한 인간 기본 본성마저 의심하게 만드는 끔찍한 생각도 든다"고 질책했다.

선고 요지를 읽어 내려가던 박 부장판사는 "패륜적이고 타인의 생명을 침해하는 범죄에 대해 응분의 철퇴를 내리쳐 반드시 그 대가를,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며 목이 메인 듯 말을 잇지 못했고 결국 눈물을 보였다. 재판부는 지씨에 대해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할 필요가 있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0년으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12년 넘게 조울증을 앓아온 아내를 돌보며 가장의 책임을 감당해 왔고, 반사회적 동기에서 비롯된 범행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본인만 살아남은 채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아갈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자녀=소유물? 그릇된 인식"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가족을 살해하는 사건이 반복되는 것과 관련해 한 범죄분석가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 이런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가족 구성원을 독립된 인격체가 아니라 자신의 소유물처럼 여기는 공통점이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한 참고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가족을 살해하는 사건은 반복되고 있다. 이 사건에 앞서 같은 해 4월 경기 용인에서는 50대 남성 이모씨가 약물이 든 요구르트와 요플레를 가족에게 먹여 잠들게 한 뒤 80대 부모와 아내, 두 딸까지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2022년에는 전남 완도군 앞바다에서 10살 자녀를 포함한 일가족 3명이 실종 28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가족의 신체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된 점 등을 토대로 극단적 선택으로 결론 내렸다.

반복되는 부모의 자녀 살해는 자녀의 생명과 인격을 침해하는 중대 범죄지만 형사 처벌 체계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현행 형법은 존속살인의 경우 본인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하면 사형·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반면 배우자나 자녀를 살해하는 비속살해는 일반 살인죄와 동일하게 적용된다. 양형위원회 역시 '피해자가 존속인 경우'를 가중 요소로 두고 있지만, 비속은 별도 가중 요소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한 범죄분석가는 뉴스1에 "가족을 독립된 인격체가 아닌 자신의 소유물처럼 여기는 왜곡된 인식이 반복되는 가족 살해 사건의 공통점"이라며 "경제적 위기 상황에 놓인 가정에 대한 사회적 개입과 지원 체계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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