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남성만 1300여명.
2021년 6월3일. 수년간 소개팅 앱에서 여성으로 위장해 남성들의 음란행위를 유도한 뒤 이를 녹화·유포한 가해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자들은 당시 영상통화 상대가 여성이라고 믿었지만 검거된 가해자는 20대 남성 김영준이었다. 이른바 '남성 N번방' 사건이다.
김영준은 랜덤 소개팅 앱에 여성 사진을 등록한 뒤 호기심에 말을 걸어오는 남성들을 범죄 대상으로 삼았다. 그는 이들과 몇 차례 대화를 주고받은 뒤 카카오톡 또는 스카이프로 끌어들여 영상통화를 유도했다.
영상통화가 시작되면 김영준은 미리 확보한 여성 BJ나 음란물 영상을 재생해 상대방에게 보여줬다. 또 음성변조 프로그램을 이용해 영상 속 여성의 입 모양에 맞춰 대화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를 위해 소지하고 있던 여성 음란 영상만 4만5000여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자신이 실제 여성과 대화하고 있다고 믿었고 김영준은 이들에게 각종 음란행위를 요구했다. 그리곤 남성들 모습을 몰래 녹화해 텔레그램 등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영상을 교환하거나 판매했다.
범행은 무려 8년 가까이 이어졌다. 이 기간 피해자는 1300여명에 달했고 여기에는 아동·청소년도 포함돼 있었다.
특히 김영준은 자신의 범행에 대한 보도가 나가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까지 올라왔음에도 범행을 이어갔다. 오랜 기간 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오면서 검거를 피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사건은 일부 피해자들 신고로 드러났다.
2021년 4월 경찰은 관련 신고를 접수한 뒤 수사에 착수했다. 피해자 조사와 채팅 앱 등에 대한 여러 차례 압수수색을 벌였고 김영준 신원을 특정했다.
이후 경찰은 그해 6월3일 김영준 주거지에서 그를 검거했다. 검거 당시 경찰은 몸캠 영상 2만7000여개(5.55TB)가 담긴 저장장치와 범행에 사용된 저장매체 등을 압수했다.
이후 서울경찰청은 신상공개위원회를 열고 김영준의 이름과 나이, 얼굴을 공개했다. 신상 공개 전 김영준이 여성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기도 했다.
경찰은 김영준이 보관하던 저장매체를 분석해 불법촬영물 구매자와 재유포자에 대한 추가 수사를 벌였다. 또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원본을 폐기하고 피해 영상 유포 내역을 확인해 여성가족부 등과 협업해 삭제·차단했다.
검찰 송치를 위해 포토라인에 선 김영준은 취재진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정말 죄송하다"며 "앞으로 반성하며 살겠다"고 했다.
1심은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과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김영준에게 징역 10년과 추징금 1480여만원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5년 동안의 신상정보 공개·고지와 10년간의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제한, 5년 동안의 보호관찰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타인의 침해·착취 행위로부터 방어하기 어려운 불특정 다수의 아동·청소년을 성적 욕구의 해소 대상으로 삼고 촬영물을 판매했다"며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지적했다.
판결에 불복한 김영준은 항소했고 강제추행·강제추행 미수 혐의 일부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에게 적용된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원심의 선고를 유지했다. 이후 김영준이 상고하지 않으면서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김영준 사건은 불법촬영 범죄가 더 이상 특정 성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 사건으로 기록됐다. 특히 온라인 공간에서 익명성을 이용한 성착취 범죄가 얼마나 대규모로 이뤄질 수 있는지, 또 피해 영상이 한 번 유포되면 회복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