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유상감자·배당 적법…유안타 패소로 M&A 책임분담 설계 '주목'

오석진 기자, 이혜수 기자
2026.06.03 09:13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뉴시

유안타증권이 동양생명 매각 후 안방보험에 지급한 손해배상금 일부를 돌려받겠다며 VIG파트너스 측 사모펀드(PEF)와 출자자 등을 상대로 낸 1300억대 소송 1심에서 패소하면서 복수의 매도인이 참여하는 M&A(인수합병) 거래에서 내부 분담책임을 사전에 명확히 설계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법원이 공동매도인에 대한 구상권은 인정했지만 SPC(특수목적회사)의 유상감자와 배당은 위법하지 않다고 봐서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부장판사 김석범)는 지난달 28일 유안타증권이 VIG파트너스 등을 상대로 낸 위법분배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앞서 안방보험이 VIG파트너스 측 SPC·유안타증권 등으로부터 동양생명 지분을 인수한 뒤 담보대출 부실 문제가 불거지자 국제중재를 신청했고, 중재판정부는 매도인 책임을 인정했다. 당시 유안타증권은 소송 비용을 포함해 총 1911억원을 안방보험에 지급한 뒤 "이 돈은 공동 매도인들이 나눠 부담해야 한다"며 VIG파트너스 등을 상대로 약 1350억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유안타증권은 SPC가 PEF에게 유상감자 대금·배당 형식으로 지급한 돈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자본시장법상 투자유한회사에 대해 유상감자 관련 조항이 명시적으로 배제되고, 정관에도 유상감자 규정이 없다는 취지다. 배당 역시 동양생명 관련 손해배상채무나 내부 부담분을 순자산에서 제외하지 않고 이뤄져 실제 순자산을 초과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유안타증권이 다른 공동매도인들에 매매대금 비율에 따른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유상감자와 배당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어 PEF와 LP들에게 부당이득반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투자유한회사와 SPC는 개념이 다르다. 자본시장법은 SPC에 대해 자본금 감소에 대한 특별한 규정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SPC에는 자본금 감소에 대한 상법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며 "정관에도 '특별히 정하지 않은 사항들은 상법의 관련 규정에 따른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에 상법 절차에 따라 유상감자를 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배당과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대상회사조차 발견하지 못하고 거래 이후 사후적으로 밝혀진 부실로 SPC의 PEF에 대한 배당을 소급해 위법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간접투자제도의 취지에 반한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SPC는 일정 범위에서 이익을 초과한 분배도 할 수 있다고 봤다. 유안타증권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예정이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이 M&A 과정에서 사후책임을 명확히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봤다. 한 금융 전문 변호사는 "소송까지 간 이유는 (책임분담 관련) 규정이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주식이 공동으로 팔릴 경우에는 설계 단계부터 책임 분담 구조를 촘촘히 해두는 것이 사후 분쟁을 막을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관행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데, 이번 판결을 계기로 그런 점들이 좀 부각될 수 있다"며 "에스크로·클로백 조항 등을 넣을 수 있지만 M&A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으니 신중하고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다른 M&A 전문 변호사는 "에스크로·클로백을 넣으면 확실하지만 향후 SPC를 해산해야 하기 때문에 PEF들이 껴있는 최근의 국면에선 사실상 어렵다"며 "최근엔 W&I 보험에 가입하는 게 트렌드"라고 밝혔다.

W&I 보험은 진술·보장 보험으로, M&A 이후 숨은 부실이 드러났을 때 매수인이나 매도인이 입을 손해를 보험으로 처리하게 된다. PEF 매각 거래에서는 특히 매도인에게 깔끔하고 빠르게 거래를 종결시키는 장치로 유용하게 쓰인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