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광역범죄수사대는 8일 오전 투표용지 부족사태 관련 고발장을 제출한 김순환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 사무총장을 고발인 신분으로 조사 중이다.
김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9시30분쯤 서울 강동경찰서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투표지 예산을 110% 수준까지 타갔지만 실질적으로는 절반밖에 찍지 않았다"며 "그동안 헌법상 독립기구라고 주장한 선관위가 국민의 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의 이동조치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사무총장은 "투표소에 있던 사람들은 시위대가 아니다"라며 "유권자가 자신의 표를 지키려고 있었는데 경찰이 과잉진압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고발사건 접수 후 투표용지 부족사태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에 곧바로 착수했다. 선거 종사자들의 대화방을 확보하고 선거사무에 동원된 공무원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용지부족으로 투표하지 못한 시민들과 인쇄업체에 대한 조사도 병행했다.
합수부가 꾸려지기 전까지는 절차대로 수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경찰에는 투표용지 부족 논란에 관한 고발이 여러 건 접수됐다. 투기감시자본센터·국민연대 등 6개 단체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선관위 관계자들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고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 역시 비슷한 취지로 고발했다.
이번 사태는 선거 당일인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등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일부 유권자가 투표하지 못하고 돌아가면서 불거졌다. 현재 시민들은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인근에서 재선거를 나흘째 요구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이날 선거 관련 수사를 담당하는 공공수사부를 중심으로 합수본 규모와 인력 등 구성 관련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합수본이 출범하면 선관위 공무원들이 유권자들의 투표를 방해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투표용지를 적게 인쇄했다는 고의성을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선관위가 본 투표용지 인쇄물량을 어떤 기준으로 산정했는지, 사전투표율 상승을 반영하는 과정에서 예측오류가 있었는지, 투표소별 예비물량 배정기준이 적정했는지가 수사대상"이라고 했다.
특히 사태가 발생한 이후 선관위 관계자들의 대응과정도 핵심 수사대상으로 꼽힌다. 한 법조인은 "투표용지가 부족하다는 사실이 현장에서 언제 처음 확인됐는지와 중앙선관위로 보고가 어떻게 올라갔는지, 추가 투표용지 송부 결정이 언제 내려졌는지 등이 시간대별로 복원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투표가 중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에게 어떤 안내가 이뤄졌는지도 확인대상이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직무유기죄가 입증되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직무유기는 단순한 업무미숙이나 과실만으로는 부족하고 담당자가 해야 할 일을 알면서도 의식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직권남용 역시 선관위 관계자가 권한을 남용해 유권자의 권리행사를 방해했다는 점이 확인돼야 한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단순실수나 판단착오만으로는 형사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