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기도 슬며시… '올림픽공원 집회' 변질되나

민수정 기자
2026.06.10 04:05

정치색 배제 "재선거" 외치다… "부정선거" 목소리 커져
참가자 구성도 변화… 젊은층 줄고 60대 이상 고령 늘어
몰카범 체포 등 소란… 전국 12개大 총학 시국선언 예정

"시위가 변질됐다는 얘기가 들려서 참석을 고민했어요."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사태에 항의하며 시작된 시위가 닷새째에 접어든 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만난 30대 이모씨는 이렇게 말했다. 시위 초기에는 정치색을 배제하자며 구호가 '재선거' 요구로 통일됐지만 이날 현장에서는 '부정선거' '당일투표 수개표' 등의 목소리도 함께 나왔다.

일부 참가자는 'Stop the Steal'(스톱 더 스틸·미국 대선에서 나왔던 부정선거 구호) 'CCP OUT'(중국 공산당 나가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거나 성조기를 흔들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피켓도 눈에 띄었다. 이날 오전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해온 한국사 강사 출신 전한길씨와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가 현장을 찾아 지지자들과 소통하는 모습도 보였다.

집회 참가자 구성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서울시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쯤 올림픽공원 일대를 찾은 시민 중 가장 많은 연령대는 60대 이상(25.2%)이었다. 오후로 접어들며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부부나 대학생 참가자가 늘었지만 여전히 고령층 참가자가 다수를 이룬 모습이었다. 평일이다 보니 회사나 학교에 가야 하는 2030 참가자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사태에 반발한 시위 참가자들이 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설치된 개표소 앞에서 재선거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뉴스1

현장을 찾은 시민들은 일부 참여자의 일탈행위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집회에 계속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씨는 "사람이 많이 모이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고 힘을 보태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대학생 A씨도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에 친구와 함께 왔다"며 "시위 목적이 변할까 봐 우려되지만 그렇다고 참여하지 않는다면 참정권의 가치를 너무 낮게 보는 것같다"고 했다. 많은 시민이 한곳에 몰리며 곳곳에서 소란도 이어졌다. 전날엔 핸드볼 여자 유소년 국가대표팀이 훈련장비를 챙기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가운데 일부 참가자가 출입을 막고 소지품을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7일에는 경기장 밖으로 나온 편의점 재고를 일부 시민이 일일이 확인하는 일도 있었다.

20대 남성이 한 여성을 몰래 촬영해 경찰에 붙잡히는 일도 있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해당 남성을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등이용촬영혐의로 체포해 정확한 사건경위를 조사 중이다.

SNS(소셜미디어)에서는 현장에 배치된 경찰관의 얼굴과 이름표를 촬영한 뒤 이들을 '가짜 경찰' 또는 '공안'이라고 주장하는 게시물도 확산하고 있다. 경찰은 관련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해당 인원들은 현장에서 직무수행 중인 대한민국 경찰관"이라며 "근거 없는 허위사실 유포를 자제해달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집회 과정에서 위법소지가 있는 행동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발적으로 형성된 집회는 주최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타인의 물품을 임의로 수색하는 행위는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강요나 협박이 수반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서정빈 법무법인 소울 변호사도 "특정 경찰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행위는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기념하는 6·10 민주항쟁기념일에 맞춰 전국 12개 대학 총학생회는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사태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에 나선다.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전국 12개 대학 총학생회가 10일 오후 6시 각 대학 캠퍼스에서 동시다발로 시국선언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참여 총학은 건국대·고려대·경희대·서강대·서울대·서울시립대·성균관대·숭실대·연세대·전남대·한국외대·홍익대 12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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