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장모로부터 재산 검증 서류 제출과 서울 반포의 초고가 아파트를 딸 명의로 구입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남성의 사연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사실상 재산을 다 내놓으라는 것 아니냐', '이 정도면 강요죄가 되는 것 아니냐'는 등의 반응을 보였지만 이러한 요구만으로는 형사처벌이 이뤄지기는 어렵다.
사연에 따르면 예비 장모는 남성이 아이가 있는 이혼남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딸 명의로 반포의 고가 아파트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고, 재산 관련 서류 제출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연이 알려지자 해당 요구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인지 궁금해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현행 법에는 결혼을 조건으로 일정 수준의 재산을 가져오라고 요구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 결혼 상대방이나 그 가족이 재산, 직업, 학력 등 일정한 조건을 제시하고 이를 고려해 혼인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사적 영역에 속한다.
결혼에는 재산 외에도 다양한 조건들이 고려될 수 있다. 예비 장모의 요구가 지나치다고 느껴질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곧바로 불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부모가 자녀의 결혼과 관련해 의견을 제시하거나 일정한 조건을 요구하는 것 역시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런 요구가 강요죄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올 수 있다. 강요죄는 폭행이나 협박을 통해 상대방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해야 성립한다. 여기서 협박이란 상대방이 공포심을 느낄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예비 장모가 아파트를 사오지 않으면 결혼을 허락할 수 없다거나 이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결혼은 어렵다고 말한 것은 일반적으로 부모가 혼인 승낙의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형법상 협박으로 볼 수 있을 정도의 해악을 고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기죄 성립 여부도 별개의 문제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처음부터 상대를 속여 재산을 받아낼 의도가 있었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 즉 실제로는 결혼할 생각이 없으면서 재산만 받아낼 목적으로 상대에게 접근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 결혼 조건으로 집을 요구했다거나 결혼을 전제로 재산 관련 요구를 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사기죄가 인정되기 어렵다.
예비 장모의 요구는 법의 잣대보다는 결혼 조건에 관한 사적 합의의 문제로 봐야 한다. 다만 요구에 따라 실제로 아파트를 사준 뒤 결혼이 성사됐다면 나중에 단순히 '장모가 원해서 사준 집'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재산분할을 하게 되면 아내 명의의 아파트라고 해서 무조건 아내의 재산이 되는 것도, 반대로 남편 돈으로 샀다고 해서 당연히 남편에게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법원은 아파트의 취득 경위와 자금 출처, 증여 여부, 혼인 기간, 재산 유지·증식에 대한 부부의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산분할 대상 여부와 범위를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