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우파 언어 금지"…과격해진 잠실 떠난 2030, 여기로 모였다

이현수 기자
2026.06.15 16:09

'부정선거론·혐오·폭력' 선 긋는 모습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개표소 봉쇄 시위가 11일째 이어진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부정선거 재선거'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스1.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반발하는 2030세대들이 잠실 시위 현장을 떠나 별도의 온라인 공론장을 만들고 있다. 일부 극우성향 참가들이 주장하는 부정선거론이나 혐오 표현이 시위 전면에 등장하면서 '참정권 침해' 문제가 가려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15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0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는 '참정권 갤러리'가 개설됐다. 해당 갤러리에서 개설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이날 기준 300여명이 참여해 관련 정보를 공유 중이다.

이들은 '참정권 수호'와 '국민주권 수호'를 핵심 의제로 내세우고 있다. 운영진은 공지를 통해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헌법상 기본권과 참정권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진영 논리나 혐오 표현과도 거리를 두고 있다. 채팅방 규칙에는 '좌파·우파 색채 언어 금지', '비하·혐오 구호 금지' 등이 포함됐다. 참가자들은 특정 정당이나 지역, 세대를 향한 혐오성 발언이 나오면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경고 이후에도 반복할 경우 운영진이 퇴장 조치한다.

이같은 움직임은 대학가에서도 두드러진다. 이번 사태와 관련한 대학생 성명을 기록하는 '한 표의 기록'에 따르면 215개 대학 학생들이 발표한 성명 396건 중 71건은 이번 사안이 "정쟁의 도구가 아니다"라고 명시했다. 지난 10일 전국 18개 대학 총학생회가 발표한 시국선언에서도 "대학생의 순수한 목소리를 정쟁으로 소비하지 말라"는 공통 구호가 포함됐다.

'부정선거론·혐오'와 거리두기…"참정권 보장에 집중"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며 개표소 봉쇄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설치된 개표소 앞에서 시민과 경찰이 대치상황이 벌어질뻔 하자 청년들이 이를 제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청년층의 이런 움직임은 최근 잠실 시위 현장에서 확산되는 부정선거론과 혐오·폭력 행태와 무관치 않다. 일부 현장 시위 참가자들은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하면서 특정 국가·지역·정당 등에 대한 혐오를 표현하는 등 과격화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취재진 감금·폭행 사태와 핸드볼 주니어 대표팀 선수들의 소지품 수색 등 논란도 잇따랐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이 자신들의 요구가 부정선거론 등 진영 논리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청년층은 기본적으로 이념보다는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며 "기성 세대가 청년들의 움직임을 진영 논리로 해석하려 하면 반발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시위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이들과는 선을 긋고 (참정권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을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도 "청년들의 요구의 핵심은 부실한 선거관리의 실태를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라며 "청년들의 목소리가 부정선거론으로 왜곡되거나 특정 정치세력에 의해 이용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