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채무자가 인공지능(AI) 도움을 받아 회생·파산 신청서를 작성하고 사건 진행부터 집회 절차까지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도산 절차를 전면 디지털화해야 한다는 대법원 자문기구의 권고가 나왔다.
대법원은 16일 회생·파산위원회가 제24차 정기회의를 열고 '도산 절차 전면 온라인·디지털화를 통한 신속하고 효율적인 도산사건 운영방안'에 관한 건의문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회생·파산위원회는 도산제도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법원행정처 자문기구다.
위원회는 도산사건의 신청부터 종결까지 전 과정을 온라인·디지털화해 국민의 도산 사법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고 사건 처리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도산 절차는 개인회생·개인파산·법인 회생·법인파산 등 빚을 감당하기 어려운 개인이나 기업이 법원을 통해 채무를 조정하거나 정리하는 절차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AI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경제적으로 한계 상황에 놓인 채무자가 AI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개인도산 신청서를 쉽게 작성하고 제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법률 지식이 부족하거나 비용 부담 때문에 절차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채무자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취지에서다.
도산사건 정보의 데이터화도 주요 내용에 포함됐다. 위원회는 도산 절차에서 발생하는 사건 정보를 데이터로 정리해 업무에 활용하면 사건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고 전체 처리 기간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온라인 집회시스템 도입도 권고됐다. 회생·파산 절차에서는 채권자 등 이해관계인이 참석하는 집회기일이 열린다. 위원회는 시간적·물리적 제약으로 도산 전문법원을 이용하기 어려운 채무자와 이해관계인의 절차 참여권을 보장하기 위해 온라인 집회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날 회의에서는 취약 채무자를 위한 기존 제도 개선 성과도 보고됐다. 법원행정처는 지난 2월부터 개인회생 채무자가 변제계획 인가 결정 후 1년간 성실히 변제를 완료한 경우 개인회생 정보를 조기에 해제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한국신용정보원에 제공하고 있다. 채무자의 경제적 재기를 앞당기기 위해서다.
소상공인에 대한 개인파산·개인회생 지원도 확대됐다. 법원은 지난 2월부터 연 매출 3억원 이하 소상공인도 개인파산 등 절차에서 소송구조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소송구조 결정을 받은 소상공인은 변호사 비용·송달료·파산관재인 선임 비용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법원행정처는 '회생법원 종합지원센터' 설치·운영 계획도 보고했다. 최근 고금리와 경기 불황 등으로 도산 신청과 상담 수요가 늘어나자 기존 방문 상담뿐 아니라 전화와 실시간 채팅을 통한 온라인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회생법원 종합지원센터는 한국자산관리공사·대한법률구조공단·신용회복위원회 등 유관기관과 연계해 채무자별 맞춤 상담부터 도산신청서 작성 지원까지 한 번에 제공하는 원스톱 통합지원체계를 목표로 한다.
법원행정처는 위원회가 채택한 도산 절차 전면 온라인·디지털화 방안과 회생법원 종합지원센터 구축을 추진하기 위해 유관기관 및 부서와 협의하고 세부 계획 수립과 예산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기우종 법원행정처 차장(법원행정처장 권한대행)은 이날 대법원에서 회생·파산위원회 신임 위원인 최성수 위원과 김기한 위원에게 위촉장을 수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