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거래처의 발주 중단 사실을 숨긴 채 공모가를 부풀려 '뻥튀기' 상장한 의혹을 받는 반도체 설계 기업 '파두'의 경영진이 첫 공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수사 과정에서 수집된 증거들에 대해서는 '위법성'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서보민 부장판사)는 18일 오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파두 남이현 대표·이지효 전 대표·원모 부사장과 파두 법인 등에 대한 첫 재판을 진행했다. 배임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SK하이닉스 전직 임원 김모씨도 법정에 출석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SK하이닉스와 스페이스X 등 주요 거래처로부터 2023년 수차례 발주 대폭 축소·중단을 통보받고도 이를 숨기고 한국거래소에 허위 소명 자료를 제출해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고 증권신고서에도 관련 사실을 누락·허위 기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파두 측이 범행 과정에서 공모가를 부풀려 모집한 약 1937억원의 청약 대금을 부당이득으로 판단했다.
검찰 측은 이날 약 15분에 걸쳐 프레젠테이션(PT)을 통해 파두 측의 범행동기 등을 설명했다. 검찰은 "2022년 중순 반도체 시장 불황이 시작됐고 당시 어닝 쇼크 사실을 숨기면서 상장을 강행한 이유는 파두가 투자자들과 체결했던 주주 계약 때문"이라고 했다.
당시 파두는 시리즈 B·C 투자를 유지하면서 2023년 6월 말까지 공모규모 8000억~9000억원 이상으로 상장해야 했다. 이 때문에 상장이 지연되거나 실패할 경우 투자자가 조기 상환을 청구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구조였다는 것이 검찰이 주장이다.
검찰은 또 SK하이닉스 협력사 선정 과정과 관련해 이씨 등 경영진과 전직 임원 김씨와의 배임수·증재 혐의도 제기했다. 검찰은 "(외부 제품 구입 관련해) SK하이닉스 내부의 반대 여론에 부딪히자 (파두는) 김씨에게 편의를 봐줄 것을 부탁했다"며 "파두의 관계사 비상장 주식 100주를 액면가인 5만원에 김씨 배우자 명의로 차명 제공했다"고 말했다.
파두 측은 약 40분에 걸친 PT 변론으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변호인은 "파두가 기술특례 상장을 한 것은 혁신적인 기술력과 성장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며 "스페이스X로부터는 기술력을 높이 인정받아 인공위성에 탑재할 고성능 SSD를 납품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도 장기적 성과와 기술력을 기대한 것"이라며 "거래소도 이 사건 기소를 이유로 주식 거래를 정지했지만 이후 검토과정에서 제출한 자료의 중요 사항에 거짓 기재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 측이 제시한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배상 책임 조항에 따른 배상액은 일부분에 불과하다"라며 "투자 조합과의 약정은 배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또 "일정 주가를 넘지 못하면 기존 투자자들이 상장을 반대할 위험이 존재한다는 검찰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아울러 파두 측은 배임수·증재 혐의를 두고 압수 과정의 위법성을 주장했다.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에게는 관련 혐의를 수사할 권한이 없는데도 영장에 기재되지 않거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와 무관한 자료까지 압수해 검찰 수사까지 진행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 측은 기존 혐의와 간접 사실로 관련이 있어 기존 영장으로 압수가 유효하고 이후 추가로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재판부의 요청에 따라 향후 관련 반박 자료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들의 다음 공판은 다음달 23일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