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당시 부정선거 의혹 수사를 위한 '제2 수사단'을 구성할 목적으로 정보사령부 요원들의 인적 사항을 누설한 혐의를 받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조순표)는 19일 오후 2시 김 전 장관의 군기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관한 선고기일을 열고 "피고인(김 전 장관)을 징역 3년에 처한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오후 2시50분쯤 선고받은 직후 자리에서 일어나 방청객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양손을 들어 흔들거나 엄지를 세워 보이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계엄이 선포에 이를 수 있는 동력 중 하나가 됐다"며 "단순한 군기누설이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만 볼 수 없는 위헌·위법한 계엄 선포라는 중대한 결과를 야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기소한 군기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일부 증거는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2024년 10~11월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김 전 장관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정보사 요원들의 개인 정보를 수집·보유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으로부터 '노 전 사령관을 잘 도우라'는 지시를 받고 제2 수사단을 구성할 명단을 작성하고 보고 업무를 수행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노 전 사령관이 받은 명단이 군사상 기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김 전 장관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명단은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라며 "군 인사의 기초가 되는 정보로서 군사상 기밀이라고 인정된다"고 했다.
이어 군사 기밀의 '누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김 전 장관 측의 주장도 배척했다. 재판부는 군사상 기밀 누설에 해당할 뿐 아니라 누설의 고의도 인정했다. "누설이란 권한이 없는 자에게 새어 나가게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며 "노 전 사령관은 군인의 인적 사항, 기밀 등에 접근할 권한이 없는 민간인이다. 또 통상 용인되는 군사 정보 체계를 이용하지 않고 텔레그램 등을 이용했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이 명단에 올라온 인적사항만으로는 누군지 식별할 수 없으므로 개인정보보호법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부분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각 요원의 성명·계급·출신·임관 연도·지역·학력·특기사항 등 내용이 포함돼 각 요원의 구체적 신상을 종합하면 누군지 식별할 수 있다"며 "해당 법안에서 정하는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에 해당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특검팀의 이중기소·공소권 남용이라는 김 전 장관 측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전 장관의 변호인 유승수 변호사는 선고 직후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유 변호사는 "군사기밀로 지정·등재되지 않은 것을 기밀이라고 해서 군인들의 임무 수행 전부를 정권의 입맛대로 처벌할 수 있게 한 잘못된 판결"이라며 "항소를 곧바로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12·3 비상계엄에 앞선 2024년 10~11월 문 전 정보사령관 및 김봉규·정성욱 정보사 대령에게 지시해 정보사 특임대(HID) 등 요원 40여명의 인적 사항을 노 전 사령관에게 누설한 혐의로 기소됐다.
특검팀은 김 전 장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배경으로 주장한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제2 수사단을 설치하려 했다고 봤다. 특검팀은 정보사 요원의 개인정보가 3급 군사기밀임에도 2019년 3월 군에서 제적돼 민간인이었던 노 전 사령관에게 군사기밀이 누설된 점을 지적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12일 결심공판에서 김 전 장관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특검팀은 당시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 후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제도를 부정하고 영장주의를 위배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점거했다"며 "직원들을 불법적으로 체포·구금하려는 등 헌정질서를 유린하려 한 반헌법적 중대 범행"이라고 했다.
한편 군사기밀을 넘겨받은 혐의 등을 받는 노 전 사령관은 지난달 12일 대법원에서 징역 2년과 추징금 2490만원 판결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