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앞 도로 주차장처럼 쓴 건물주들…법원 "도로점용 안 돼"

이혜수 기자
2026.06.21 09:00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사진=이혜수 기자

건물 앞 도로를 점유해 주차장처럼 사용해 온 건물주들에게 내린 구청의 원상회복 명령이 적법하단 법원 판결이 나왔다.

21일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같은 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영민)는 건물주들이 관악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도로 무단점용 원상회복 명령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지난 4월17일 판결했다.

이 사건은 서울 관악구 소재의 건물주들이 건물 인근의 도로 중 일부를 본인 소유의 건물 주차장 등 용도로 점유 및 사용하면서 불거졌다. 관악구청장은 2024년 11월 지적현황측량 결과 건물주들이 점유한 부분이 도로에 해당한다며 같은 해 12월까지 원상회복할 것을 명령했다.

이에 불복한 건물주들은 서울행정법원에 관악구청장의 명령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건물주들은 도로에 대한 시효를 취득했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건물주들은 "건축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도로 점용 허가가 의제됐다"며 "도로를 무단 점유하고 있단 걸 전제로 한 관악구청장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했다.

이어 "관악구청장은 장기간 도로 점용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원상회복 명령을 한 것은 신뢰보호 원칙에 위반된다"고 했다. 이들은 원상회복할 경우 건축법상 이격거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위반 건축물이 될 우려가 있단 점 등을 고려할 때 비례원칙에 위반된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관악구청장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건물주들이 도로에 대한 시효를 취득했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은 행정재산에 대해 시효 취득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 사건에서 도로는 서울특별시도로 지정된 도로로서 행정재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건축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도로점용허가가 의제된단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건축법상 건축허가를 받으면 도로법에 따라 도로의 점용 허가를 받은 것으로 본다고 규정한다"면서도 "건축허가에 의해 의제되는 도로점용 허가는 그해에 건축공사를 시행하는 데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그 효력이 유지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건축공사가 끝난 뒤에도 별도의 허가 없이 도로를 점유·사용했으므로 무단 점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신뢰보호원칙 위반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건축허가나 사용 승인은 건축법령상 충족 여부를 확인하는 처분일 뿐, 관악구청장이 건물주들의 도로 점용을 장래에도 문제 삼지 않겠다는 공적 견해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관악구청장이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단 사정만으로 도로 사용을 허가했단 신뢰를 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비례원칙 위반 주장도 배척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도로가 인근 공공지원민간임대주책 사업과 관련해 보도·차도 분리 공사가 진행되는 구간으로 건물주들의 도로 점용이 도로 기능을 저해하고 교통상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또 건물주들이 점유한 도로가 주차장·화단·계단 등으로 사용될 뿐 건물 자체가 도로를 침범한 것은 아니므로 원상회복하더라도 입게 될 불이익이 과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관악구청장의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이 원고인 건물주들이 입게 되는 불이익보다 가볍다고 볼 수 없다"며 건물주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건물주들이 판결에 불복해 4월29일 항소함에 따라 2심이 서울고등법원에서 이어진다. 아직 기일은 지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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