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아내에 "밥 차려", 시가에 돈 펑펑..."애정 식었다" 이혼 사유 될까

류원혜 기자
2026.06.22 09:35
배우자가 밥 먹거나 자는 모습만 봐도 짜증이 날 만큼 애정이 식었다는 이유로 이혼할 수 있을까.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배우자가 밥 먹거나 자는 모습만 봐도 짜증이 날 만큼 애정이 식었다는 이유로 이혼할 수 있을까.

22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결혼 20년 차인 50대 주부 A씨 고민이 소개됐다.

구청 공무원이었던 남편은 A씨가 몸살감기로 앓아누운 날에도 밥을 차리라고 했고, 처가에 드리는 과일값은 아까워하면서도 자신의 어머니 해외여행 비용은 A씨 몰래 지원했다. 아들 교육 문제를 이야기할 때는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훈계를 늘어놨다.

남편에 대한 애정이 식자 A씨는 행동 하나하나가 거슬리기 시작했다. 밥 먹거나 하품하는 모습, TV를 보며 웃는 모습도 보기 싫어졌다. 남편 속옷을 만지는 것조차 꺼려졌다. 지난해 대학생이 된 아들이 기숙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남편과 갈라서고 싶은 마음은 더 커졌다.

A씨는 "남편이 코 골면서 자는 모습을 보면 코를 비틀어 버리고 싶은 정도다. 이제 결혼 생활을 끝내고 싶다. 싸우고 싶지도 않다"며 "아파트와 예금, 남편의 공무원 연금을 공평하게 나누고 각자의 길을 가고 싶다. 하지만 남편이 이혼 요구에 쉽게 응할 것 같지 않다. 남편이 이혼을 거부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협의이혼과 조정이혼 중 어떤 방법이 더 나을지 궁금하다"고 조언을 구했다.

이명인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협의이혼은 부부가 서로 합의해 진행하는 가장 기본적 방법이다. 두 사람 모두 이혼에 동의한 경우 선택할 수 있다"며 "절차가 간단하고 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재산분할과 위자료 등 이혼 조건도 당사자들이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건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절차가 진행되기 어렵다"며 "협의이혼을 전제로 미리 재산분할에 합의했더라도 재판상 이혼으로 이어질 경우 그 합의는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모든 조건을 충분히 협의하고 확정해 두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조정이혼에 대해서는 "법원이 절차에 직접 관여해 재산분할과 위자료 등을 정리할 수 있다. 조정조서에 모든 사항을 명확히 기재해 향후 분쟁 소지를 줄일 수 있다"며 "조정조서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기 때문에 상대방이 합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강제 집행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A씨처럼 재산을 공평하게 나누길 원한다면 조정이혼이 더 유리할 것"이라며 "혼인 기간이 20년이라 공무원연금법상 분할연금 수급권도 인정된다. 부동산과 예금, 나머지 재산을 조정조서에 명확히 기재하면 이혼하고 분쟁 생길 여지가 없다"고 했다.

또 "남편이 이혼을 거부하더라도 혼인 관계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 났다는 점이 인정되면 민법상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해 재판상 이혼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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