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시 동탄역 인근이 '국평(전용 84㎡) 20억원 시대'를 열자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 가격 거품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6월 최고 12억7000만원에 거래됐던 동탄역롯데캐슬이 이달 4일 22억2500만원에 거래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기준으로 불과 1년 새 아파트값이 75.2% 급등한 것이다. 현재 호가는 계속 높아져 24억원 수준으로 치솟았다. 대장 아파트가 오름세를 보이자 주변 단지들도 호가를 높이며 키 맞추기를 시도하고 있다.
불과 2주 새 3억원까지 급등한 동탄 아파트 가격에 부동산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공간에선 "거품이 심하게 끼었다", "그 돈이면 서울 아파트 사는 게 낫다" 등의 반응까지 나왔다.
일부 누리꾼들은 동탄 아파트 거품 논거로 GTX-A를 실제로 이용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꼽는다. 동탄역에서 SRT와 GTX-A 노선을 이용하려면 지하 6층까지 내려가야 한다는 것.
가격 거품을 주장하는 일부 누리꾼들은 "벙커처럼 지하 6층까지 가야 하는데 에스컬레이터가 다이렉트로 안 간다", "승강장 내려가는 데만 15분 걸린다" 등 댓글을 남겼다.
승강장까지 과연 15분이나 걸릴까. 기자가 실제 탑승 시간을 측정해봤다.
22일 오전 10시쯤 동탄역 1번 출구 앞. 출근 시간이 지난 시점이어서 그런지 동탄역에 들어가거나 나오는 시민은 많지 않았다. 1번 출구를 지나 동탄역 내부에 발을 딛자 곧바로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가 보였다.
첫번째 엘리베이터 탑승과 동시에 스톱워치를 작동했다. 동탄역 지하 1~3층에는 주차장이 마련됐다. 이에 에스컬레이터는 한 공간에 설치돼 있지 않았고, 한 개 층을 내려갈 때마다 20~30m 정도 이동해 다음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야 하는 구조다.
에스컬레이터를 세 번 타고 내려간 지하 4층에는 SRT 매표소와 종합안내소 등이 마련돼 있었다. 이곳에선 롯데백화점 동탄점으로 직접 연결되는 통로도 설치돼 있다.
한 개 층을 더 내려가자 GTX-A 매표소와 운행 열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대기 공간이 나왔다. 지하 5층에는 총 7개의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었는데, 이 중 2개는 지하 5층과 열차 승강장인 지하 6층만을 오가는 전용 승강기였다.
지상에서 작동한 스톱워치를 SRT 개찰구 앞에서 중지했다. 결과는 4분 23초였다. 에스컬레이터 탑승 시 전혀 걷지 않았음에도 일부 누리꾼이 주장한 10~15분의 이동시간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처음부터 에스컬레이터가 아닌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경우 지상에서 지하 5층까지 약 50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동탄역에서 만난 김정원씨(37)는 "지상에서 동탄역 지하 승강장까지 15분 걸린다는 말은 거짓말"이라며 "다만 동탄역 이용이 마냥 편리하다고 말할 순 없는 게 출퇴근 시간이나 주말에 사람이 몰리면 (승강장 내려가는데) 10분 가까이 걸리긴 한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셋째주 기준 화성시 동탄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2.22% 올랐다. 2주 전(0.6%)과 1주 전(1.98%)과 비교해 상승폭이 더 커졌다. 올해 동탄구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은 9.57%로, 안양시 동안구(9.3%)와 용인시 수지구(9.03%)를 앞섰다. 이는 수도권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브레이크 없는 상승세를 보이는 동탄 아파트 가격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선 동탄이 토지거래허가구역 등의 규제를 피한 데다 막대한 성과급이 예정된 삼성전자 화성·기흥캠퍼스와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 직원들의 주거 수요가 쏠리면서 가격 상승에 불이 붙은 것으로 보고 있다.
화성에서도 과열 양상이 심한 동탄구에 한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규제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행 규정상 직전 3개월 집값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1.3배를 넘으면 조정대상지역, 1.5배를 넘으면 투기과열지구 지정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동탄구에 한해 정부 차원의 핀셋 규제는 쉽지 않다. 현행법상 국토교통부(장관)가 지정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은 2개 이상의 시·도에 걸치거나 광역지방자치단체 단위로만 지정할 수 있어서다. 이에 동탄 지역만 대상으로 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권한은 경기도지사에게 있다.
이에 추미애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오는 7월1일 취임한 이후 동탄 규제 논의를 시작할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이미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른 상태이기 때문에 즉각 시행되는 규제가 아닐 경우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