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 피해자 조카들은 재심청구 안 된다?…헌재 "헌법불합치"

이혜수 기자
2026.06.24 17:13
김상환(가운데)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6월 심판사건 선고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사진=뉴시스

헌법재판소가 국가폭력 사건 피해자가 숨진 경우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을 배우자·직계친족 또는 형제자매로 한정한 형사소송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24일 과거사 사건 피해자의 조카인 유족 박모씨·조모씨·송모씨가 형사소송법 제424조 제4호가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에 대해 해당 조항이 헌법불합치라고 7대 2의 의견으로 결정했다. 해당 조항의 효력은 내년 말까지만 잠정 적용하도록 했다. 법적 공백 상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입법자가 위헌성을 제거하고 합리적 내용으로 법률을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효력을 유지한다는 취지다.

청구인들은 법원에 낸 재심 청구가 모두 기각되자 형사소송법 제424조 제4호를 문제 삼아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해당 조항은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가 사망하거나 심신장애가 있는 경우 그 배우자, 직계친족 또는 형제자매에게 재심 청구권이 있다고 정한다.

청구인들은 여수·순천 사건에 연루돼 포고령 제2호 위반죄로 징역형을 선고 및 확정받은 이들의 조카다. 피해자들은 형무소에 수감됐다가 6·25전쟁 초기인 1950년 6~7월 사이 방첩부대·헌병대·경찰 등에 의해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법적 절차 없이 살해됐다.

같은 조항을 문제 삼은 또 다른 사건에선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내란 선동 및 특수공무집행 방해로 징역 15년과 자격정지 15년을 선고받은 지학순 주교의 조카 지모씨도 있었다.

헌재는 이들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헌재는 청구인들이 문제 삼은 사건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정리법)상 '1945년 8월15일부터 한국전쟁 전후의 시기에 불법적으로 이뤄진 민간인 집단 사망·상해·실종사건'과 관련됐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민간인 집단희생사건과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 의혹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재심 청구권을 한정한 조항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만을 지나치게 중시한 나머지 정당하고 적정한 재판이라는 법치주의의 또 다른 이념을 도외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주체가 돼 조직적으로 불법행위가 이뤄졌을 뿐 아니라 이후에도 국가의 방해로 인해 재심청구 등 권리행사를 하는 게 사실상 쉽지 않았단 사정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친족의 재판청구권 보장의 필요성을 희생시킬 정도로 해당 조항을 유지하는 게 중대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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