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세 6.25 참전유공자, 유산 기부 약정…"어린 생명 살리고 싶어"

김남이 기자
2026.06.24 20:55
사랑의열매 유산기부자인 6·25 참전유공자 김선영씨(97)가 사랑의열매 상징물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사랑의열매

6.25전쟁 발발 76주년을 앞두고 97세의 참전유공자가 사랑의열매에 유산을 기부했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경기 소재 보훈원에 거주하는 6·25 참전유공자 김선영씨(97)가 지난 23일 자신의 자산 일부를 사후 사회에 환원하는 유산기부를 약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약정으로 김씨는 사랑의열매 유산기부자 모임인 '레거시 클럽(Legacy Club)'에 이름을 올렸다.

김씨는 6·25 전쟁 당시 국방경비대 소속으로 참전했다. 아직 몸에는 당시에 입은 겨드랑이 총상과 손가락 부상 등 치열했던 전투의 흔적이 남아있다.

지난해 말 고관절 골절로 수술을 받는 등 최근 건강이 악화된 김씨는 "몸이 불편해 말 한 마디 하는 것도 괴로운 상황"이라면서도 "좋은 일이 널리 알려져 다른 사람들도 기부에 함께 동참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기부 이유를 밝혔다.

김씨가 유산기부를 결심한 데에는 같은 보훈원에서 지내는 조장섭씨의 권유가 있었다. 6·25 참전용사인 조씨는 지난해 3월 기부를 약정한 사랑의열매 유산기부자다. 당시 조씨의 기부를 계기로 경기 사랑의열매와 보훈원이 유산기부 활성화를 위한 협약을 맺기도 했다.

김씨는 "옆방 참전 동료(조장섭 씨)의 권유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며 "한 푼 두 푼 모은 이 돈이 내 손을 떠날 때 가장 필요한 곳으로 가는 것이야말로 또 다른 애국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씨가 재산을 건네기로 결심한 곳은 어린 환아들을 위한 치료비였다. 그는 "TV에서 치료비가 없어 고통받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늘 마음이 아팠다"며 "자라나는 어린 생명을 살리는 일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전했다.

윤여준 사랑의열매 회장은 "젊은 날에는 목숨 바쳐 나라를 지키고, 노년에는 기부를 통해 이웃 사랑을 실천해주신 김선영님께 깊은 경의를 표한다"며 "고귀한 뜻이 우리 사회에 깊이 새겨질 수 있도록 소중하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사랑의열매는 2013년 국내 최초의 유산기부자 모임인 '레거시 클럽(Legacy Club)'을 발족해 운영하고 있다. 유산기부를 약정한 기부자들의 뜻을 존중하고 법률·행정 절차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부동산·현금·보험금·유가증권 등 다양한 형태의 자산을 기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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