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이제는 무거운 짐 내려놓고 훨훨 날아다녔으면 좋겠어요."
지난 3일 평범한 가장이었던 송기섭씨(67)는 서울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에서 4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의 아내인 윤안순씨는 "당신은 이 세상에 없지만, 누군가는 당신의 일부를 품고 살아갈 테니 그걸 위안 삼아 살아가겠다. 사랑한다"며 이같이 전했다.
27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송씨는 간과 폐, 양측 안구를 기증했다. 뼈와 피부 등 인체조직도 함께 기증해 100여명의 회복을 도왔다. 송씨는 지난달 25일 갑작스러운 어지럼증과 함께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진 뒤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가족들은 평소 타인을 먼저 배려하던 송씨의 뜻을 이어 기증을 결심했다. 윤씨는 "생전 남편이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고 늘 남을 먼저 생각하던 사람이었다"며 "장기기증을 통해 다른 이들의 삶 속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다면 남편도 기뻐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4남매 장남으로 서울에서 태어난 송씨는 직장생활을 거쳐 20년 가까이 화물차를 운전하며 가정을 책임졌다. 최근 몇 년간은 쉬지 않고 일하면서도 아흔을 넘긴 어머니를 정성껏 돌보며 장남의 책임을 다했다.
43년을 함께한 아내에게는 무더운 여름이면 가장 먼저 선풍기를 챙겨주는 다정한 남편이었고 자녀들에게는 말보다 행동으로 사랑을 전하는 아버지였다. 아들 송인규씨는 "아버지는 표현은 많지 않았지만, 자녀들을 세심하게 챙기고 어른들을 만나면 언제나 허리 숙여 인사하던 분이었다"며 "그런 모습을 늘 존경했다"고 회상했다.
송씨는 오는 11월 예정된 아들의 결혼식과 올가을 태어날 손주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아내 윤씨는 "손주가 태어나면 사진을 늘 들고 다니겠다며 기뻐했는데 끝내 손주를 만나지 못하고 떠난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아들 인규씨는 "마지막 순간까지 가장 귀한 사랑을 베풀고 떠난 아버지의 아들이어서 정말 자랑스럽고 감사하다"며 "많이 사랑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