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아동으로 인식되는 만화 성착취물 보유자에 중형, 합헌"

오석진 기자
2026.06.28 12:00

김상환(가운데)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6월 심판사건 선고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뉴시스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만화 형태의 성착취물을 영리 목적으로 배포하거나 소지한 경우 실사 성착취물과 같이 중형으로 처벌하도록 한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24일 오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2항·제5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결정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판매·대여·배포·제공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소지·운반·광고·소개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구입·소지 또는 시청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진다. 만화·애니메이션 등 창작물도 동일한 취급을 받아 같은 처벌을 받는다.

이와 관련, 헌재는 "아동·청소년성착취물 관련 범죄의 법정형이 지속적으로 강화돼 왔음에도 2010년대 후반부터 2020년대 초반까지 '웰컴투비디오' 사건, '엔(n)번방' 사건 등 대규모 성착취 범죄가 발생하면서 아동·청소년 보호와 엄벌 필요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술의 발달로 아동·청소년의 이미지를 실제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게 묘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며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히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이 성교행위 등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이라면,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한 비정상적 성적 충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헌재는 만화·애니메이션이라고 해서 위험성이 현저히 낮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헌재는 △표현기법상 과장되거나 비현실적인 신체 표현이 가능한 점 △극단적 상황을 쉽게 묘사할 수 있는 점 △단순화·상징적 표현을 통해 메시지를 더 강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위헌법률심판 신청인 A씨는 2021년 7월부터 아동·청소년성착취물에 해당하는 만화 파일을 소지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배포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제주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해당 처벌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제주지법은 A씨 요청을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법원은 해당 조항의 입법목적이 '아동·청소년의 잠재적 성범죄로부터의 보호'라는 일반적 범죄 예방에 있다고 봤다. 다만 실제 아동·청소년이 등장하지 않는 만화적 이미지 등 표현물에 대해서까지 영리 목적 배포에 대해 5년 이상, 소지에 대해 1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특히 문제 된 표현물이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에 해당하더라도, 실제 아동·청소년을 촬영하거나 그 피해를 전제로 한 성착취물과 동일한 수준의 법정형을 두는 것은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원칙에 반할 여지가 있어 헌재 판단이 필요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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