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0일 서울 서초구에서 50대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캐리어에 담아 유기하다 현장에서 체포된 이 씨. 평소 '봉사왕'으로 불리며 미담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인물이었다. 그러나 2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그의 전혀 다른 두 얼굴을 파헤쳤다.
이 씨가 살해한 피해자는 28년간 부부 관계를 유지하다 사건 3개월 전 합의 이혼한 전처 소영 씨였다. 이혼 후 소영 씨가 재산분할 소송을 제기하자 이 씨는 말다툼 중 우발적으로 살해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황은 달랐다. 시신의 얼굴에는 비닐봉지가 씌워져 있었고 넥타이로 목이 단단히 묶여 있었다. 전문가는 "살아날까 봐 그랬을 것. 이처럼 폭행하고 목 조른 뒤 다시 비닐로 씌워 넥타이로 묶은 것은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결정적인 정황은 따로 있었다. 이 씨는 사건 전날 무려 20시간 동안 범죄 영상을 시청했는데, 그 내용 중에는 목을 졸라 사람을 살해하는 장면, 피해자 머리에 비닐을 씌우는 장면, 폭행 후 피해자를 캐리어에 담아 유기하는 장면이 포함돼 있었다. 전문가는 "범행을 계획했다는 심증을 굳힐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자료"라고 강조했다.
이 씨는 강남에 오피스텔 6채와 부부 공동 소유 아파트 2채를 보유한 100억대 자산가였다. 별도 직업 없이 임대업으로 월 1,000만원 수준의 수입을 올렸지만, 전처에게는 생활비를 전혀 주지 않았다. 소영 씨는 직접 일해 아들들과 생계를 꾸렸고, 그렇게 번 돈이 6억원에 달했다. 아들들조차 아버지의 정확한 자산 규모를 몰랐을 만큼 이 씨의 재산 은폐는 철저했다.
구속 후 아들들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반성은 없었다. 재산이 잘 있는지를 묻고 아들들을 훈계했으며, 재산분할 소송 준비 중인 아들들에게 그만두라고 종용하거나 자신을 위한 형사 전문 변호사를 선임하라는 지시까지 했다. 전문가는 "아내를 죽임으로써 자신에게 초래될 불이익만 걱정하고 있다. 이 사람은 돈을 지키는 게 너무 중요한 사람"이라고 분석했다.
취재 과정에서는 또 다른 범죄 의혹도 불거졌다. 2016년 30억원 상당의 마장동 건물을 이 씨에게 넘긴 아버지가 수년 뒤 욕실에서 반신욕 중 돌연사했는데, 당시 부검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 씨가 시신을 운반하던 중 아들에게 "너희 할아버지 때도 비슷하게 의심받았는데, 조용히 넘어갔다"고 말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씨는 4명의 변호사를 선임해 혐의를 다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