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특검 이후 남은 의혹을 수사하는 2차 종합특검팀(특별검사 권창영)의 1호 기소 사건인 대통령실 관저 이전 의혹 관련 재판이 시작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이정엽)는 2일 김대기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윤재순 전 대통령 총무비서관, 김오진 전 대통령 관리비서관(전 국토교통부 1차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도 함께 재판받는다.
공판준비기일은 본격적인 심리에 앞서 피고인과 검찰 양측의 입장을 확인하고 입증 계획을 논의하는 절차를 말한다. 피고인의 출석 의무는 없다. 보석 심문이 예정된 김 전 비서실장만 재판에 출석했다.
재판부는 향후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진행하고 오는 22일에 본격적으로 첫 공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특검 측에서 신청한 증인과 재판 당사자들이 신청한 증인을 합치면 총 26명을 증인 신문해야 한다"며 "밝혀야 할 사실관계가 복잡하지 않으니 양측이 신문 시간을 재검토해달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다음달 5차례, 오는 9월 11차례, 오는 10월 4차례 증인신문을 진행하고 오는 11월 말 선고를 하겠다고 예정했다. 재판부는 또 "행정안전부와 대통령비서실 중 관저 공사단계의 관리주체가 어느 곳이었는지를 가리는 것이 핵심 쟁점"이라고 했다.
공판준비 절차가 끝난 뒤에는 김 전 비서실장의 보석 심문이 진행됐다. 앞서 법원은 김 전 실장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전 비서실장 변호인단은 "새 정부 출범 초기 당시 추가 공사비를 어느 예산으로 부담할지에 대한 행정부 내부 재원 배분의 문제일 뿐, 범죄가 되지 않는다"며 "김 전 비서실장은 36년간 공직에 헌신하는 등 도망의 염려가 없고 이미 감사원 감사와 특검팀의 수사를 통해 증거가 모두 확보돼 증거인멸의 이유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6월 김 전 비서실장은 뇌출혈로 두개골 천공 수술받아 후유증 있고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우울증 성분 약도 먹고 있다"며 "구속은 가혹한 조치"라고 했다.
특검팀은 "변호인이 제출한 증거의견서만 봐도 모든 증인에 대한 진술과 관련해 전부 다 부동의하고 있다"며 "구속영장 발부 사유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는 이유였는데 구속 이후 이번 준비 기일에 이르기까지 특별한 사정변경도 없다"고 주장했다.
김 전 비서실장은 직접 발언 기회를 얻어 "정부가 어차피 지급할 돈이라면 오른쪽 주머니에서 내든 왼쪽 주머니에서 내든 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밖에서는 제가 20년 전 예산실장을 했으니 '예산통'이라고 한다"며 "경험상 예산은 숨길 수가 없고 이번 행위 역시 행정부의 재량행위일 뿐"이라고 했다.
김 전 비서실장 등은 2022년 대통령 관저 이전 공사 당시 무자격 업체 '21그램'에 당초 편성된 예비비보다 초과한 공사비를 지급하기 위해 관저 업무와 무관한 행안부 예산을 불법 전용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관저 공사 대금이 기존보다 늘자 대통령실이 행안부에 추가 비용을 떠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21그램은 1급 보안시설인 대통령 관저에 대한 공사 자격이 없음에도 기존 예산을 초과하는 견적 금액을 산출해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업체는 김건희 여사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설계와 시공을 담당하는 등 김 여사와 친분이 있는 업체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