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견은 병원도 못 가" vs "통해 방해"...지하철 '펫모차' 금지 논란

윤혜주 기자
2026.07.04 07:03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사진/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니, 차 없이 노령견 키우는 사람들은 대중교통도 못 타는 거예요?"

지난 1일부터 대전 지하철에 '펫모차' 반입이 금지되자 나온 반응이다. '펫모차'는 유모차에서 '유'라는 글자 대신 반려동물을 뜻하는 '펫(pet)'을 넣어 만들어진 단어다. 이른바 반려동물 전용 유모차다.

대전교통공사는 최근 고객운송약관을 일부 개정하며 반려동물 동반 승차 기준을 강화했다. 개정된 약관에 따르면 펫모차는 열차 내 반입이 제한된다.

사진=대전교통공사 제공

대신 반려동물은 전용 이동장(케이지)에 넣어 탑승해야 한다. 케이지는 무릎 위나 좌석 아래에 놓을 수 있는 크기여야 한다. 이동장 내부는 밖에서 보이지 않아야 하며, 동물의 신체 일부가 밖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악취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위생 관리도 요구된다.

공사는 펫모차 금지 이유에 대해 "최근 부피가 큰 펫모차 이용객이 급증하면서 열차 내 혼잡도가 높아지고 이동 동선을 방해하는 등 안전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공사 측은 이번 약관개정이 일반 승객들의 불편을 고려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현장 직원들에 따르면 펫모차가 열차 내부나 엘리베이터, 역사 통로 등에서 넓은 공간을 차지하면서 '통행이 불편하다', '부딪힐 뻔했다'는 항의 민원이 급증했다. 이로 인해 직원들이 승객 간 갈등을 조율하는 데 애를 먹어왔다고 한다.

여기에 열차 급제동 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나 출퇴근 혼잡 시간대의 안전사고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된 점도 이번 개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사진/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반려인들을 중심으로 즉각적인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반려인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선 "정말 속상해요. 8.5㎏ 팡팡이 가방에 넣어 지하철 타려면 진짜 힘든데, 왜 이런 규정이 생긴 건가요?"라는 댓글이 달렸다. "나이있는 아이들은 이동장에 들어가는 것도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댓글도 있었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반려동물이나 노령견을 이동장에 넣어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특히 반려인들은 대다수 펫모차에 바퀴 고정 장치 기능이 있어 안전사고 우려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시간대 제한이 아닌 '전면 금지'라는 극단적인 규정을 적용한 것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유아용 유모차의 탑승은 허용하면서 펫모차만 엄격히 금지하는 기준의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반려동물이 이제는 단순한 '애완동물'을 넘어 누군가의 자녀이자 가족, 그리고 삶의 동반자로 자리 잡은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실제 노령견이나 장애견과 함께했던 이들은 펫모차가 단순한 편의품이 아닌 '이동권을 위한 필수품'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반신 마비 반려견을 키웠던 한 반려인은 "어떤 반려견에게 펫모차는 잃어버린 다리와 같다"고 했다.

지난 1월 16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마이펫페어 2026을 찾은 관람객들이 반려견용 개모차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시스

공사에 접수된 민원 중에는 차량이 없는 반려인들의 절박한 호소가 많았다. 펫택시마저 부족해 대중교통이 유일한 이동 수단인 상황에서, 펫모차 지하철 반입을 금지할 경우 노령견이나 장애견의 병원 진료길마저 막막해진다며 규제 완화를 호소했다.

전문가 역시 무조건적인 금지보다는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혜원 경복대학교 반려동물보건과 교수는 이번 약관 개정을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에 역행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하며 관절 질환이 있는 반려동물에게 펫모차는 필수적인 다리와 같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펫모차 관련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선 상생을 위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예컨대 지하철 내 '펫모차 허용칸' 운영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펫모차 동반에 거부감이 있는 승객과 그렇지 않은 승객이 공간을 선택해 탑승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면, 승객 간의 갈등을 줄이면서도 반려인의 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공사는 "반려동물 탑승 자체를 금지하는 게 아니다. 전용 이동장은 기존대로 허용하되, 공공 공간 점유와 안전 문제를 유발하는 펫모차 방식만 제한하는 조치"라고 해명하면서도 "개정 이후 제기되는 목소리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시민들이 제안해 주신 '시간대별 탄력적 허용' 등의 대안을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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