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각 지역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과 중앙선관위 실무진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며 투표 당일 보고 체계와 의사결정 과정을 재구성하고 있다. 수사가 투표용지 50% 인쇄 지침과 늑장 보고, 투표용지 보관 상자 폐기, 외유성 출장 의혹 등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이 사태의 정점인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에 대한 조사 시점에도 관심이 쏠린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합수본은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선관위원 2명과 송파구 선관위 선거담당관, 송파구청 자치행정과 선거대책반 관계자, 서초구·송파구 선관위 관계자 등 6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합수본은 지난달 9일 공식 출범해 이날까지 70명이 넘는 지역 선관위 및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합수본은 이들을 상대로 투표 당일 현장 대응과 투표 종료 이후 투표용지 보관 상자 폐기 경위 등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이뤄지지 못한 과정에 고의나 과실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구체적으로 투표용지 부족 조짐이 언제 처음 파악됐는지, 일선 투표소에서 구·시·중앙선관위로 어떤 경로를 거쳐 보고됐는지, 상급 기관이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를 시간대별로 맞춰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에는 서울시선관위 기획계장 A씨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됐다. A씨는 서울 지역 투표소에서 발생한 용지 부족 보고를 받아 상부에 전달하고 대응 방안을 다시 일선 투표소에 전파하는 역할을 맡았던 인물이다. 합수본은 A씨를 상대로 서울시선관위가 부족 징후를 파악한 뒤 중앙선관위 등 윗선에 보고했는지, 보고가 늦어졌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위원장 등 윗선에 대한 조사는 노 전 위원장 부부와 선관위 공무원들의 외유성 해외 출장 의혹에 대한 기초 조사까지 마무리된 이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합수본은 최근 외유성 출장 의혹과 관련해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합수본은 해외 출장 경위와 예산 집행 과정, 동행 인원 선정 절차 등을 확인 중이다. 특히 노 전 위원장의 관리·감독 책임과 내부 보고·결재 구조를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이달 중순쯤은 돼야 소환 조사가 가시화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만약 신병 확보까지 검토된다면 소환 일정은 더 늦어질 수 있다. 한 법조인은 "윗선 조사는 단순히 '보고받았느냐'를 묻는 절차가 아니라 실무 라인 진술과 압수물로 확인된 사실관계를 놓고 책임 범위를 따지는 단계"라며 "합수본은 보고 체계와 의사결정 구조를 최대한 촘촘히 정리하고 제기된 모든 의혹 수사를 마무리한 뒤 부를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합수본은 수사 범위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확대됨에 따라 인력을 계속 보강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반부패 수사 경험이 풍부한 임홍석 창원지검 통영지청 형사2부장검사(사법연수원 40기)가 합류했다. 임 부장검사는 합수본에서 선관위 예산과 인사 운영 문제를 담당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주부턴 평검사 2명이 추가 파견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