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일본의 대표적인 서브컬처 '갸루'(girl의 일본식 발음)가 한국의 2030세대 트렌드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걸그룹 리센느의 일본인 멤버 미나미가 보여준 '갸루 감성'이 밈(meme)으로 확산하면서 과거 일본 하위문화가 '놀이형 문화'로 재해석되는 모습이다.
5일 네이버 키워드 검색량에 따르면 '갸루' 검색량은 지난 3월 1만9000회에서 지난 5월 4만4000회로 두 달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이번 열풍의 출발점은 걸그룹 리센느였다. 리센느 일본인 멤버 미나미가 한 유튜브 콘텐츠에서 갸루 메이크업을 한 채 "거제 야호"를 외치는 장면과 거제도 여행 중 일본 댄스음악 '파라파라'에 맞춰 춤추는 장면이 온라인 밈으로 퍼지면서 갸루문화 자체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졌다.
갸루의 대표적인 특징은 인형처럼 진한 화장에 화려한 액세서리, 과장된 포즈 등이다. 미나미의 윙크와 브이(V) 포즈, 짙은 인조 속눈썹과 반짝이 메이크업, 형광색 패션 등이 갸루 스타일의 상징으로 대표되면서 이를 따라 하려는 젊은층도 늘었다.
오프라인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의 한 미용실 디자이너는 "최근 한 달 새 리센느 미나미 사진을 들고 와 '갸루 콘셉트' 스타일링을 요청하는 손님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이틀에 한 번꼴로 갸루 메이크업을 진행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뷰티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인다. 색조화장품 브랜드 컬러그램은 '갸루 짱구', 웨이크메이크는 '갸루 키티 에디션' 제품을 출시하면서 갸루 콘셉트를 앞세운 마케팅에 나섰다.
갸루는 1990년대 일본 버블경제 시기에 확산한 대표적인 청년 하위문화다. 획일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벗어나 자신의 개성과 정체성을 드러내려는 심리가 진한 메이크업과 화려한 패션으로 표현되면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입가 피어싱과 탈색 머리를 즐겨 하는 정민주씨(21)는 "갸루는 내 스타일을 남에게 당당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탁이린씨(21)는 "남들과 똑같을 필요 없이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했다.
일부 부작용도 뒤따랐다. 한하경씨(22)는 "길을 걷다 갑자기 '거제 야호'를 외치며 손가락질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아직은 갸루를 희화화하거나 사람처럼 보지 않는 시선도 존재하는 것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열풍이 과거 일본 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리센느를 통해 한국식 놀이문화로 재해석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기성세대와 달리 노력만으로 미래가 보장된다는 믿음이 약한 지금의 2030세대는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하위문화에서 위안을 얻는 경향이 있다"며 "리센느 미나미를 통해 사투리와 지방의 정서, 인간적인 이미지를 '나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