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학교인데…휠체어타고 화장실, 쉬는시간 넘겼다

김서현 기자
2026.07.06 16:24

걸어서 4분, 휠체어 타니 13분20초
교육부 평가 항목 '변기 설치 여부' 그쳐…이동·사용 불편은 반영 한계

기자가 휠체어를 타고 교실 뒷문을 나서고 있는 모습. 교실 문의 폭은 76㎝로, 가로폭 69㎝인 휠체어가 지나가기 다소 버거웠다./사진=김서현 기자.

"시작부터 쉽지 않네요." 경기 안산시 신길초 4층 한 교실의 문 앞. 수동 휠체어를 타고 문을 빠져나가려 하자 바퀴가 문틀에 걸렸다. 휠체어 너비는 69cm, 교실 문의 폭은 76cm였다. 7cm의 여유가 있었지만 통과는 쉽지 않았다. 각도를 조금씩 틀고, 밀고, 멈추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교실을 빠져나오는 데만 20초가 넘게 걸렸다.

지난달 19일 오전 신길초 5학년 학생들은 특별한 수업을 했다. 학생들이 직접 휠체어를 타고 학교 안을 이동하며 장애인 화장실의 접근성을 살펴보는 것이었다. 턱없는 세상을 만드는 사단법인 '무의'가 진행하는 '모모탐사대 : 학교 접근성 데이터 개방 프로젝트'의 하나다.

경기 안산시 신길초등학교 5학년 2반에서 '모모탐사대 : 학교 접근성 데이터 개방 프로젝트'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사진=김서현 기자.

문은 시작에 불과했다. 복도를 지나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한 건 4분쯤 지난 뒤였다. 바퀴를 계속 밀다 보니 손바닥이 저릿해졌다. 엘리베이터 버튼은 휠체어 이용자가 누를 수 있도록 낮은 위치에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현장 관계자는 척수장애인처럼 상체 움직임이 제한된 경우 이마저 누르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직접 휠체어 등받이에 등을 붙인 채 팔을 뻗어보니 버튼까지 닿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이미 학생 2명이 타고 있었다. 문이 열린 시간은 약 11초. 일반 엘리베이터보다는 길지만 약 20초간 열리는 지하철 장애인 엘리베이터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휠체어를 돌려 자리를 잡으려면 온 신경을 써야 했다. 바퀴를 조금씩 굴리고 멈추며 각도를 맞추는 사이, 누군가 열림 버튼을 눌러주지 않으면 문이 닫힐 수밖에 없었다.

1층 장애인 화장실 앞에 도착해서도 난관은 이어졌다. 우선 입구가 미닫이문이었다. 앞으로 미는 여닫이문보다 편리했지만 역시 폭이 76cm로 휠체어를 타고 들어가기엔 다소 좁았다. 화장실 안은 가로·세로 폭이 각각 1m90㎝였다. 휠체어 회전을 위한 최소 너비로 여겨지는 1m50㎝는 넘겼으나 넉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휠체어를 돌리는 데도 여러 차례 방향을 조정해야 했다.

가장 어려운 순간은 변기 앞에서 시작됐다. 용변을 보려면 휠체어에서 변기로 몸을 옮겨야 했다. 먼저 고개를 숙여 휠체어 바퀴를 고정하고 발판을 양쪽으로 벌렸다. 이후 변기 옆 손잡이에 체중을 실어 몸을 옮겼다. 김형주 무의 선임매니저는 "하지 장애가 있는 경우 상체 힘만으로 몸을 옮겨야 해 손잡이가 중요하다. 하지만 이마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했다.

화장실 다녀오면 쉬는시간 끝…'적정' 기준에 안 잡히는 불편
경기 안산 신길초의 장애인 화장실 모습./사진=김서현 기자.

이날 4층 교실에서 출발해 1층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한 뒤 다시 교실로 돌아오는 데 걸린 시간은 13분20초였다. 같은 거리를 걸어서 이동했을 때는 3분40초가 걸렸다. 초등학교 쉬는 시간이 보통 10분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휠체어를 이용하는 학생에게는 화장실에 다녀오는 일만으로도 쉬는 시간이 부족할 수 있는 셈이다.

체험에 함께한 학생들은 휠체어 이동의 어려움을 체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라현군(11)은 "앉아서 보니 세상이 달라 보였다"며 "작다고 생각했던 문턱이 산처럼 보였다"고 했다. 김하윤양(11)도 "교실에서 밖으로 나갈 때는 휠체어 바퀴가 문턱에 걸렸고, 나간 뒤에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마음에 걸렸다"고 말했다.

휠체어 이동이 어려웠지만 신길초 장애인 화장실은 교육부 기준상 '적정' 판단을 받은 곳이다. 교육부가 명시한 장애인 화장실 적정 요건은 장애인용 대변기와 소변기 설치 여부가 중심이다. 판단 기준도 △적정 △단순 △미설치로 나뉠 뿐이다.

전문가들은 학교 장애인 화장실의 적정성을 판단할 때 △문의 형태 △휠체어 사용공간 △좌변기 △손잡이 형태 △세면대 관리상태 등 더 많은 요소를 살펴야 한다고 봤다. 화장실 내부뿐 아니라 교실 문 폭과 문턱, 엘리베이터 등 화장실까지 이동하는 과정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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