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12·3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의 비화폰 내역을 삭제한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의 2심 첫 공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해달라고 말했다. 반면 박 전 처장 측은 특검 측 항소가 기각돼야 한다고 맞섰다.
특검팀은 14일 서울고법 형사12-2부(고법판사 조진구·김민아·이승철) 심리로 열린 박 전 처장의 증거인멸 혐의 항소심 첫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3년을 선고해주길 바란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검팀은 박 전 처장이 비화폰이 내란 사건 및 탄핵 사건의 증거라는 것을 인식했고 이를 의도적으로 인멸했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박 전 처장은 계정 삭제 시 효과를 보고받아 이를 인식하고도 계정 삭제를 승인했다"며 "증거인멸죄의 구성요건이 모두 충족된다"고 했다. 이어 "비화폰 사용 주체가 비상계엄에 가담했단 인식이 있다면 누구라도 비화폰에 계엄 정보가 저장됐을 거라 추정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삭제했다면 미필적 범행에 해당한다"고 했다.
반면 박 전 처장 측은 "증거인멸의 의도가 없었다"며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의 항소 이유가 없으므로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처장 측은 12·3 비상계엄 이후 윤 전 대통령,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비화폰 내역을 삭제한 건 홍 전 차장이 국회에서 비화폰 화면을 공개한 데 따른 보안 조치라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등에 대한 내란 수사 및 탄핵 소추를 저지하기 위해 비화폰 내역을 삭제한 게 아니라는 취지다.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의 비화폰 내역을 삭제한 데 대해선 통상 비화폰을 반납했을 때 조치에 따라 삭제한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전 청장의 비화폰은 경호 업무를 위해 지급된 것으로 계엄과 무관하다"며 "계엄 한 달 전부터 비화폰 지급을 준비했단 특검 추론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박 전 처장은 법정에서 직접 발언권을 얻어 혐의를 부인했다. 박 전 처장은 "30년 동안 (경찰) 공직 생활을 하며 법과 원칙을 앞세웠고 현장 실무자들의 의견을 존중해왔다"며 "경호처 간부가 일을 서두르거나 판단이 짧은 점이 있을지 모르지만, 법을 어기면서 의도를 갖고 윤석열 당시 대통령을 비호할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 처장은 경호처는 통신 지원, 전파 차단 등 극히 부분적 기술 외에는 통신 전문성이 약한 기관으로, 특검이 국정원 및 비화폰 연구기관 등의 이야기를 들어 사후적으로 '경호처의 조치가 부적절하고 증거인멸의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주장을 듣고 다음 달 11일 공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다음 기일엔 증거조사와 피고인 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경우에 따라 같은 날 변론을 종결하고 결심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전 처장은 계엄 이후인 2024년 12월6일 윤 전 대통령과 홍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김 전 청장 등의 비화폰 정보 삭제를 지시 및 승인하는 등 혐의로 기소됐다.
박 전 처장은 12월6일 오후 4시43분쯤 조태용 전 국정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홍 전 차장의 비화폰 화면이 국회를 통해 일부 공개된 것을 문제 삼으며 비화폰을 삭제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홍 전 차장의 비화폰은 원격 로그아웃 처리됐고,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내역 등이 삭제됐다.
1심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류경진)는 지난 5월21일 박 전 처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증거인멸의 의도를 함부로 추단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판결에 불복한 특검팀이 사실오인 및 법리 오해를 이유로 항소하면서 사건은 2심으로 이어졌다.
한편 박 전 처장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로도 기소된 바 있다. 해당 혐의에 대해 박 전 처장은 지난 9일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