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의 무속인을 내세워 지인을 협박해 수십억원 상당의 아파트 지분과 현금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부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앞서 이들은 해당 지인의 남편 회사로부터 수십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같은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제13형사부(부장판사 서보민)는 14일 오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공갈),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강요)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40대 장모씨에게 징역 20년을, 심모씨에게는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이들이 공동으로 피해자로부터 가로챈 돈 83억9405만원과, 장씨가 단독으로 뜯어낸 4억5900만원에 대해 올해 3월27일부터 갚는 날까지 연 5% 이율로 배상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을 40시간 이수할 것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범행 경위와 수법 등에 비춰보면 피고인들은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걸로 보인다"며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대부분의 자산을 상실하고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며 배우자와는 이혼하는 등 가정이 파탄 났다"고 말했다.
다만 성폭력 처벌법상 촬영물 이용 협박 혐의의 경우 2020년 5월19일에 관련 규정이 신설된 점을 고려해 법 시행 이후 행위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했다.
부부 사이였던 장씨와 심씨는 피해자 유모씨를 상대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성적 동영상을 촬영하게 한 뒤 이를 배포하거나 자녀에게 위해를 가하겠다며 협박하는 등의 수법으로 40회에 걸쳐 아파트 지분과 현금 약 87억원을 뜯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또 2019년 1월부터 2020년 4월까지 심리적 지배를 통해 유씨의 전남편 김모씨를 상대로 대표로 지내던 회사의 자금 65억8700만원을 횡령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의 범행은 유씨가 2017년 자녀가 다니던 서울의 한 사립초등학교 학부모 모임에서 장씨 일당을 만나면서 시작됐다. 당시 피고인들은 가전 업체 창업주 며느리로 알려진 유씨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친분을 쌓았다.
이후 유씨 부부가 자녀의 건강 문제를 걱정하자 "고위층 사주를 봐주는 유명 무속인이 있다"며 무속인 '조말례'를 소개했다. 유씨 부부는 문자로 소통하면서도 아들의 상태를 단번에 알아챈 조말례를 맹신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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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사 결과 조말례는 장씨가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로 드러났다. 실제로는 장씨가 무속인 행세를 하며 꾸며낸 자작극이었다.
이를 몰랐던 김씨는 조말례의 지시를 받고 집에서 나와 장씨 일당과 생활하며 이들의 생활비까지 부담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제단에 바칠 돈이 필요하니 회사에서 돈을 가져오라"는 등의 지시를 받고 회삿돈을 횡령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지난 4월 회삿돈 횡령 혐의와 관련해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장씨와 심씨는 횡령 사건으로 이달 초 각각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