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기승을 부리다 폭우가 쏟아지는 '극한 날씨'가 반복되면서 여름철 시민들의 불안과 대응도 시시각각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었던 저지대 주민들은 올해도 빗물 유입을 막기 위해 집 주변을 정비하고 차량을 옮기는 등 대비에 나섰다. 지방자치단체도 침수 취약지역 점검과 배수시설 보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 은평구 응암3동 일대에서 만난 주민 이모씨(66)는 지난해 여름을 떠올리며 "참담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기록적인 폭우로 이씨가 15년째 거주 중인 주택 지하실은 빗물로 완전히 잠겼고, 차량 엔진에도 물이 차 고장이 났다. 이씨는 "지난해 이맘때에는 물이 허벅지까지 찼다"며 "몇 년에 한 번씩 물난리가 나니 걱정"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하실 주변에 돌담을 쌓고 차량도 지대가 높은 곳에 주차하고 있다. 그는 "이사 갈 형편은 안 되니 최대한 대비하면서 버티는 수밖에 없다"며 "올해는 지난해 같은 폭우는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응암3동은 불광천과 인접한 저지대로 침수가 반복되는 지역이다. 지난해 8월엔 시간당 100㎜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300여가구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저층 주택이 밀집해 있고 노년층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 거주 비율도 높아 장마철마다 우려가 큰 곳으로 꼽힌다.
올해 장마도 주민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벌써 지난 9일 내린 비로 일부 반지하 주택에서는 바닥에 물이 차는 피해가 발생했다. 반지하에 거주하는 정형배씨(79)·김이념씨(78) 부부는 "바닥에서 물이 새 밤새 한숨도 못 잤다"고 토로했다.
정씨는 "지난해 살던 사람이 물난리를 겪고 이사 갔다는 얘기를 뒤늦게 들었다"며 "아무것도 모르고 올해 초 집을 수리해 들어왔는데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김씨도 "밤새 수건으로 물을 닦아냈지만 계속 불어났다"며 "비가 오기 전 구청이나 주변으로부터 별다른 안내를 받지 못해 더 놀랐다"고 했다.
주민들은 남은 장마 기간 침수가 반복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드러냈다. 인근 빌라에서 13년째 살고 있는 김모씨(71)는 "지난해 폭우 이후 반지하에 살던 이웃들이 많이 떠났다"며 "요즘도 비가 오면 한밤중에도 밖에 나와 상황을 살핀다"고 말했다.
지자체도 대비에 나섰다. 은평구는 반지하 주택을 중심으로 물막이판 등 침수방지시설을 우선 설치하고, 불광천 주변에는 노면 빗물 배수용 엔진 양수기를 배치했다. 불광천으로 빗물이 유입되는 토구의 파손 여부도 점검했다. 민·관 합동 '물길파수꾼'을 운영해 △침수 취약지역 사전 점검 △호우 시 현장 대응 △취약가구 지원 △사후 복구 등 대응 체계도 가동 중이다.
전문가들은 주민들의 사전 대비와 지자체의 체계적인 대응이 피해를 줄이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반지하는 밖에서도 물이 들어오지만, 역류로 바닥에서도 침수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전자제품은 높은 곳에 두고 가능하다면 폭우 기간 다른 거처를 알아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도 "주민들은 침수 가능지점을 미리 점검해 모래주머니를 등을 활용해 대비하고, 필요시 지자체에도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며 "지자체도 취약지역 주민들에게 대피소 위치를 사전 안내하고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