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성 물려줄래" 아내의 폭탄선언…혼인신고 못한 남편의 고민

김소영 기자
2026.07.23 10:43
태어날 자녀에게 남편과 아내 중 누구의 성씨를 물려줄지 결정하지 못해 결국 혼인신고를 하지 못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사진.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태어날 자녀에게 남편과 아내 중 누구의 성씨를 물려줄지 결정하지 못해 결국 혼인신고를 하지 못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2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7년 사귄 여자친구와 올 초 결혼식을 올렸다는 30대 남성 A씨가 쓴 글이 올라왔다. 아직 혼인신고 전이라는 A씨는 며칠 전 아내와 혼인신고서를 두고 얘기하던 중 갈등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A씨는 "혼인신고서에 자녀 성씨는 엄마 아빠 중 누구의 성을 따를지 묻는 항목이 있는데 아내가 태어날 아기는 자기 성을 따르면 안 되겠냐고 하더라. 부성 따르는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 와서 솔직히 많이 놀랐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 성씨를 무조건 제 성으로 따라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부성 따르는 게 당연한 문화 아닌가"라며 "저야 모성 따르는 데 대한 거부감은 없지만 저희 집안에선 어떻게 생각할지 눈에 훤하다"고 했다.

A씨 아내는 자신의 희귀한 성이 결혼이라는 제도로 인해 끊기는 게 아쉽다는 입장이다. A씨 아내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데 왜 내 성씨는 세상에서 사라져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A씨는 아내 설득에 나섰다. 그는 "모성을 따른 아이가 나중에 유치원, 학교 등에서 놀림이나 손가락질받을까 봐 걱정된다고 설득해 봤지만 아내는 사회적 통념에 왜 우리까지 편승해야 하느냐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 대화는 계속 평행선을 달렸고 혼인신고는 결국 미뤄졌다. A씨는 "사회 통념상 당연하게 생각해 온 일이라 더 할 말이 없다. 7년 연애하는 동안 이런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눠본 적 없어 혼란스럽다"며 조언을 구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모성 승계에 거부감 없다면서 뭘 망설이나", "그냥 모성 따르기 싫은 거면서 자녀, 집안 핑계 대는 것 같다", "본인도 부성을 따라야 한다는 확실한 이유가 없으니 할 말이 없는 것" 등 반응을 보였다.

다른 한쪽에선 "결혼식 올리기 전에 충분히 상의했어야 한다", "모성 따르는 건 시기상조 같다", "양쪽 성을 다 쓰는 건 어떤가", "아이가 학교에서 계속 해명하는 과정에서 상처받을 수도 있다" 등 의견도 나왔다.

우리나라는 2005년 호주제 폐지로 자녀가 아버지 성과 본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부성 강제주의'는 사라졌지만 '부성 우선주의'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민법 제781조 제1항이 부성 우선주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 성을 따르려면 별도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 절차가 임신· 출산을 계획하기도 전인 혼인신고 단계에서 이뤄져 이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녀 출생 이후 모성 승계로 바꾸려면 가정법원 재판을 거쳐야 한다.

한때 정부가 부성 우선주의 원칙 폐지를 추진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논의가 중단됐다. 현 정부는 앞으로 부성 우선주의를 폐지할지, 어머니 성을 선택할 수 있는 시점을 확대하는 식으로 제도를 개선할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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