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부실수사와 지역유착 논란이 불거진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내년 상반기부터 전국 순환인사제를 확대 시행한다. 수사팀장급인 경감까지 대상을 넓히는 방안이 검토되는 가운데 여당은 실무자급까지 포함할 것을 요구했다. 경찰 내부 비위를 조사할 민간 중심의 외부 기구는 경찰청장과 같은 차관급 인사가 이끌 전망이다.
23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이같은 내용의 '경찰 수사 내부 비리 근절방안'을 보고했다.
경찰은 수사 쇄신TF(태스크포스) 논의와 내부 의견수렴을 거쳐 순환인사 확대방안을 마련하고 내년 상반기 시행하겠다고 보고했다. 적용대상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경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거리 통근과 생활권 이탈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관사와 교통비 지원 예산을 확보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직무 관련 금품·향응 수수와 부정청탁, 중요 수사·단속정보 누설 등으로 징계를 받은 유착 비리 경찰관은 다른 시도경찰청으로 보내고 원소속 시도경찰청 복귀를 영구적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추진 과제에 포함됐다.
현재 전국 단위 순환인사는 총경과 경정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일선 경찰서장을 주로 맡는 총경은 1년, 그 아래이자 일선 경찰서 과장급인 경정은 1~2년 주기로 다른 시도경찰청으로 이동한다. 경감 이하 인사는 각 시도경찰청이 맡아 대부분 관할 지역 안에서 경찰서나 부서를 옮긴다. 경감은 실무수사를 실질적으로 지휘하는 팀장급 계급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경찰이 보고한 방안만으로는 지역유착을 끊기에 부족하다며 순환인사 대상을 경위와 경사까지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장윤기 사건에서 수사 비밀을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 아버지에게) 유출한 사람이 경사였기 때문에 수사를 직접 담당하는 경사도 순환근무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순환인사 대상을 실무자급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예산이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경감에 한정해 관사·교통비를 지원한다고 가정해도 막대한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경찰 현원 14만4547명 가운데 경감은 2만9616명으로, 경정 3562명과 총경 789명을 합친 인원의 약 7배다.
경찰은 또 국가경찰위원회 산하에 설립을 추진 중인 '경찰 수사 인권·감찰 조사기구'와 관련해서는 차관급인 '경찰 수사 인권·감찰관'이 지휘·감독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현재 1명인 국가경찰위원회 상임위원을 2명으로 늘려 1명은 경찰정책을, 다른 1명은 신설 조사기구를 담당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100여명 규모로 기구를 만들고 그 아래 실무지원팀과 권역별 조사팀, 전국 6개 권역 출장소를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기구의 독립성을 위해 전·현직 경찰관은 원칙적으로 배제한다. 조사국장과 팀장, 조사관은 법률·조사분야 전문성을 갖춘 민간 전문가를 채용하고 공무원 신분을 부여하는 방안이 고려된다.
조사 대상으로는 경찰의 수사권 남용 등 인권침해와 부당한 수사지휘, 수사비위, 부실·불공정 수사 등이 검토되고 있다.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않은 경우도 포함됐다. 조사결과는 국가경찰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하고 경찰청에 징계와 인사 조치, 제도 개선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할 전망이다.
한편 민주당 의원들은 경찰에 내부 비위 전력을 인사에 확실히 반영하고 사건을 담당자 1명이 맡는 관행을 개선해 2인1조 복수담당제를 도입할 것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도경찰청과 경찰서 청문감사관을 임기제 개방형 직위로 전환하고 수사심의위원회를 일선 경찰서 단위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