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최태원 SK회장과의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금액으로 역대 최대인 9440억원을 받게 된 배경에는 SK주식을 재산분할대상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주식 가액 산정 기준시점은 이혼과 재산분할 소송 대법원 판단 전인 사실심 변론 종결일로 결정됐으나 최근 주가 급등을 분할비율 산정에 반영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고법 가사1부(부장판사 이상주)는 24일 노 관장이 최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재산분할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9440억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하면서 "양측 보유 자산과 공동재산의 취득 경위, 재산 형성·유지에 대한 기여도, 혼인 기간 등을 종합해 노 관장과 최 회장의 분할 비율을 각각 3분의1과 3분의2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파기환송심의 심판 대상은 재산분할 청구 부분으로 한정됐다. 앞서 이혼과 이혼 위자료 20억원은 대법원 판결로 확정됐다.
먼저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주식은 혼인 기간 중 최 회장 명의로 취득한 재산으로 부부 모두가 그 형성과 가치 유지·증가에 기여했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혼인 기간 중 최 회장의 경영 활동으로 보유 주식의 가치가 크게 증가했고, 여기에는 노 관장의 가사와 양육·SK그룹에 관한 대외적 활동도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의 취지에 따라 노 전 대통령 측의 지원금 300억원은 최 회장 보유 주식의 형성이나 가치 유지에 대한 노 관장의 기여분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최 회장이 혼인관계 파탄일 전에 경영권 유지나 경영 활동의 일환으로 증여한 주식 등도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다.
주식 가액 산정 시점은 환송심 변론종결일이 아니라 대법원 상고 전 항소심의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산정됐다. 첫 항소심의 변론종결일은 2024년 4월16일로 SK 주가는 약 16만원이었다. 최 회장의 보유 SK주식은 약 1297만5472주로, 당시 주가로 계산하면 약 2조760억원 가량이다.
재판부는 재판상 이혼이 확정된 뒤 재산분할 사건이 계속되더라도 분할 대상 재산과 액수는 원칙적으로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산분할은 이혼을 전제로 이뤄지는데, 이번처럼 이혼과 재산분할이 따로 심리되는 경우가 드물고 그 사이 주식 상승폭이 가파른 탓에 법조계에서는 가액 산정 시점도 주목한 바 있다.
기준을 대법원 선고날이자 이혼이 확정된 지난해 10월16일로 하면 최 회장 보유 주식 가치는 2조8350억원이다. 특히 파기환송심 변론종결일인 지난 6월26일로 잡으면 최 장 보유 주식 가치는 약 10조5750억원으로 불어난다. 재판부는 "주가 상승에 최 회장의 경영적 기여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볼 수 없고, 주식은 가액 변동성이 커 환송심 변론종결 시점에 따라 재산 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대신 재판부는 주가 상승을 재산분할 비율 산정에 반영했다. 재판부는 "주가 상승분을 재산분할 비율 산정에 고려했다"며 "쌍방 협력으로 이룩한 부부공동재산의 공평한 분배를 위해 환송 전 항소심 변론종결일 이후 최 회장 보유 주식의 가치가 큰 폭으로 상승한 점을 참작했다"고 했다.
분할 방식은 최 회장이 주식을 그대로 보유하고 노 관장 몫의 부족분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대상분할 방식으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주식의 분할 방식과 관련 △최 회장이 경영하는 회사의 경영권이나 지배권을 뒷받침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 △양측이 환송심에서 밝힌 분할 방식에 관한 의사 △재산의 명의와 형태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날 판결은 파기환송심이어서 양측에게는 대법원 판단을 받을 기회가 아직 남아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해당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파기환송심까지 거친 결론이 대법원에서 다시 파기하는 경우가 흔치 않다는 점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