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5분 재판인데" 법원으로 안 간다..."편하긴 한데" 남은 과제는

이혜수 기자, 오석진 기자, 양윤우 기자, 정진솔 기자
2026.07.26 06:15

[MT리포트]법정 밖으로 나온 재판②

[편집자주] 법원을 찾지 않아도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시대다. 영상재판 덕이다. 도입된 후 지금까지 진행 건수가 25만회를 넘었다. 접근성과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많지만 재판의 본질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영상재판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국 법원들이 휴정기에 들어가자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코로나19 대응 방안으로 원격영상재판이 시행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chmt(사진공동취재단)

영상재판이 가장 활발히 활용되는 곳은 민사재판이다. 효율적이라는 평가가 많지만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 남용 사례 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사소송법이 2021년 8월 개정되면서 민사·가사·행정·특허 등의 사건에서 변론준비기일 비롯한 변론·조정·심문 기일 등에서 영상재판이 가능해졌다.

민사소송법 제287조의2는 재판장 등이 상당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당사자의 신청 또는 동의를 얻어 비디오 등 중계 장치에 의한 중계시설을 통하거나 화상 장치를 이용해 변론준비기일 또는 심문기일을 열 수 있다고 정한다. 당사자가 출석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로는 '교통의 불편 또는 그 밖의 사정'으로 규정한다.

민사재판에서 영상재판을 활발하게 활용할 수 있는 건 형사재판과 달리 당사자 출석 의무가 없고, 5~10분 남짓 이뤄지는 기일이 비교적 잦기 때문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실시된 영상재판 총 14만8816건이었다. 이중 민사재판은 14만7306건으로 약 98.9%에 달했다. 재경의 한 부장판사는 "먼 지역에서 오는 당사자가 5~10분 하고 재판을 마치는 게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재판부도 영상재판을 허가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영상재판이 확대되면서 원거리에 사는 재판 당사자 혹은 변호인이 몇 분간 이뤄지는 절차를 위해 몇 시간을 왕복해야 하는 비효율이 줄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도 영상재판의 장점으로 소송관계인의 편의와 비용 절감, 효율적 분쟁 해결을 꼽았다. '2025 사법연감'은 영상재판이 발전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비대면 방식의 기일 출석을 허용함으로써 소송관계인의 편의 증진과 비용 절감 등 효율적 분쟁 해결을 도모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제도의 취지와 다르게 무분별하게 영상재판이 이용되고 있단 지적도 나온다. 변호사 사무실이 서울법원종합청사와 가까운 서초동에 있는데도 영상재판을 신청한 사례도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정에 나오기 싫다는 이유만으로 영상재판을 신청하는 사례가 발생한다"며 "이는 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술적 부분도 문제로 꼽혔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재판의 당사자가 상호 간 즉각 논쟁을 펼쳐야 하는데 기술적 문제가 발생하면 절차가 오히려 늦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네트워크 환경에 문제가 생기면 법원으로선 당장 해결해줄 방법이 없다는 번거로움도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변호인이 재판에 적절치 않은 복장으로 영상재판에 참여하는 문제도 개선점으로 꼽힌다.

사법부는 지속적으로 영상재판 제도를 보완하고 있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2024년 외부 참석자용 영상재판 매뉴얼을 작성·배포하고, 영상재판 프로그램과 관련 장비를 개량하는 등 불편을 줄이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 법원행정처는 영상재판 매뉴얼 개정판과 코트넷 게시판 '영상재판 안내' 게시 등을 통해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한국의 영상재판이 선진적이라는 평이 있어 해외에서도 배우러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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