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평원, 첫 인증농장 3곳 선정…버크셔·우리흑돈·제주길갈흑돼지 등 차별화
-육색·근내지방·풍미 등 "유의미한 차이있다" 주장 불구 측정값은 공개 안 해
-인증 따른 가격 프리미엄도 아직 '측정 불가'…소비자가 믿을 객관적 정보 필요

정부가 돼지고기의 품종과 사양관리 방식까지 평가하는 새로운 인증제도를 내놨지만, 정작 인증의 핵심 근거가 되는 구체적인 육질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아 실효성을 둘러싼 의문이 남는다.
18일 축산업계에 따르면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지난 4월 길갈축산(제주 서귀포), 다산육종(전북 남원), 덕유농장(경북 경산) 등 3개 경영체를 '돼지 생산관리 인증' 시범사업의 첫 인증농장으로 선정했다.
돼지 생산관리 인증 시범사업에 따르면 기존 돼지 등급제는 도축 후 도체중·등지방·육질 등을 평가하지만, 생산관리 인증은 종돈의 혈통부터 교배, 사양관리, 유통, 사후관리까지 생산 전 과정을 검증한다.
인증 양돈농가와 일반 양돈농가는 차이가 있다.
일반적인 비육돈이 요크셔·랜드레이스·두록을 활용한 3원교잡(LYD) 중심인 데 비해 인증농가들은 버크셔, 우리흑돈, 제주길갈흑돼지 등 고유 혈통을 관리한다. 또 계획교배 전산프로그램과 품종 특성에 맞춘 자체 사양관리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해서 고기가 얼마나 달라지나'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이다. 축평원은 아직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축평원은 종축개량·식육연구·소비자단체 전문가가 참여해 논문과 시험성적서, 관능검사, 육질검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인증 돼지고기가 일반 돼지고기보다 육색과 근내지방뿐 아니라 풍미·다즙성·종합기호도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측정수치를 공개하지 않아 오히려 신뢰성에 의문을 낳고 있다.
축평원 한 관계자는 "계절과 환경에 따른 편차를 고려해 추가 데이터를 축적하고 보정하는 단계라며 현재로서는 개별 수치를 외부에 공개하기 어렵다"고 했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평가해 인증을 부여하면서도 평균값과 표본 수, 비교대상, 변동폭 등 이를 판단할 기초자료를 제시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은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
특히 이 제도가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새로운 선택기준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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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평원은 소비자가 인증제품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인증마크 스티커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스티커보다 "일반 돼지고기와 무엇이, 얼마나 다른가"를 보여주는 정보가 먼저다.
농가에 돌아가는 경제적 효과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축평원은 인증농가의 돼지고기는 자체 육가공업체 직거래 매장과 쿠팡·마켓컬리·이마트·하나로마트 등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인증에 따른 가격 프리미엄은 현재 단계에서 측정할 수 없다고 했다. 향후 인증축산물이 본격 유통되면 가격동향을 모니터링하겠다는 계획이다.
인증제 도입 취지가 차별화된 육질의 돼지를 생산하는 농가가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도록 하는 것이라면 향후에는 인증 전후 가격과 판매량, 농가 수취가격 변화 등을 객관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제도 자체도 아직 실험 단계다. 첫 인증농장은 3곳뿐이고, 내년 추가 모집 규모도 정해지지 않았다. 축평원 역시 인증농가 수를 늘리기보다 인증기준과 관리체계를 내실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생산량과 규격 중심의 한돈산업에서 품종과 맛, 육질 다양성을 인정하는 시장으로 넓혀가겠다는 방향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국가기관의 인증은 '좋다'는 평가보다 '왜 좋은지를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에서 신뢰가 시작된다.
축산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새로운 인증제를 도입했다면 소비자가 그 차이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부터 제시해야 한다"며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고 하면서도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인증마크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