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올림픽공원 개표소 시위가 53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체육단체의 경기장 재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경찰이 적극 협조 의사를 밝히면서 필요한 물품 반출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기장 안에 남아 있는 투표 물품 처리와 정치권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이어가면서 개표소 집회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7일 서울시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기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일대 집회 인원은 약 7000명으로 집계됐다. 다만 실제 현장에 남아 있는 시위 참가자는 이보다 훨씬 적었다. 핸드볼경기장 출입문 앞에는 2~3명 정도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대부분 고령층이었다. 시위 초기 1만명 이상이 몰렸던 것과 비교하면 열기는 한풀 꺾인 모습이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정례간담회에서 "시민들이 많이 운집하던 주말에는 1500~3000명 가량이 왔는데, 지난 주말에는 1000명을 조금 넘는 인원이 모였다"며 "올림픽공원에 오는 시민들도 많이 지친 듯하고 열기가 떨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위 규모가 줄어들면서 대한체육회도 사무공간 복귀를 위한 재진입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국회 '투표용지 부족 사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활동이 종료되는 다음 달 1일 이전 진입을 목표로 관계기관과 협의 중이다.
경찰도 적극 협조 의사를 밝혔다. 박 청장은 "체육회가 정상적인 업무를 하지 못하는 상황은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체육회의 업무도 보호받아야할 중요한 권리인 만큼 체육회가 경기장 안으로 진입하려 한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현장 진입시 기동대를 투입해 시위 참가자와 체육단체 관계자간 충돌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지난달 16일 첫 진입 시도 당시에는 양측을 충분히 분리하지 못해 충돌 우려가 커졌고 결국 진입이 무산됐다. 반면 이달 국조특위 현장조사에서는 기동대를 곳곳에 배치해 조사단과 시위 참가자의 동선을 분리하면서 큰 충돌 없이 조사를 마쳤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재진입 일정 등을 국회와 경찰 등 관계기관과 협의하고 있다"며 "필요한 물품을 안전하게 반출할 수 있도록 경찰에 시위 참가자 분리 조치를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체육단체의 경기장 복귀가 성사되더라도 정상 업무 재개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체육단체는 긴급 행정지원만으로는 업무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사무공간 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장 내부에 보관 중인 투표 물품 처리 방안이 정해지지 않아 근본적인 해결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조특위가 현장 조사까지 마쳤지만 투표 물품은 그대로 남아 있고, 시위 참가자들은 증거 보존을 이유로 현장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 논의도 제자리걸음이다. 여야는 특검 추천 방식에는 의견을 모았지만 수사 범위를 놓고는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재검표 여부 역시 국조특위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조특위 활동 기간 연장 여부도 아직 불투명하다. 윤상현 국조특위 위원장(국민의힘)은 전날 기한 연장 가능성에 대해 "다음 주 중 결론이 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체육단체들은 지난달 5일 시위가 시작된 이후 한 차례도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행정 업무 차질은 물론 오는 9월 개막하는 아시안게임 준비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체육계 설명이다.
대한체육회는 오는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태 해결을 촉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