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당이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대신 내놓은 보완책을 두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27일 법조계에서 나온다.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한 일부 범죄에 대해 경찰이 전건 송치하도록 했지만 그 대상이 제한적인 만큼 피해자 보호에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여러 혐의가 얽힌 사건을 범죄별로 나누기 어렵고 수사기관에 따라 송치 절차가 달라질 수 있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되, 아동학대·가정폭력·성범죄·스토킹·장애인 학대·노인학대 등 7대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에 대해서는 경찰이 '전건 송치'를 하도록 형사소송법을 개정키로 했다. 중대범죄수사청에 이들 범죄를 전담하는 부서를 설치해 보완수사를 맡기는 내용의 중수청법 개정도 추진한다.
전건 송치는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혐의 유무와 상관없이 검사에게 보내는 제도다. 이 제도는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이 부여되면서 폐지됐다. 민주당은 당초 전건 송치에 부정적이었으나 장윤기 사건으로 촉발된 경찰 부실 수사·유착 논란이 확산하자 이 같은 예외 규정을 마련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사경의 전건 송치 의무는 남겨두기로 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이르면 30일 본회의에서 해당 내용을 담은 형소법 개정안 등을 처리할 예정이다.
법조계에서는 7대 범죄만 전건 송치 대상으로 정하는 방식이 실제 형사사건의 복잡한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사건에 성범죄와 폭행·협박 등 여러 혐의가 함께 적용되는 경우가 많은 데다, 수사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 적용 혐의가 추가되거나 바뀌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7대 범죄에 포함되지 않는 피해자가 보호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비슷한 피해를 입었더라도 피해자의 법적 지위나 적용되는 혐의에 따라 검찰의 판단을 다시 받을 수 있는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사회적 약자의 범위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7대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 피해자가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며 "범죄 유형이나 피해자 특성에 따라 누구는 검찰의 판단을 다시 받고 누구는 받지 못하게 되면 평등권 침해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고 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주가조작·사기 등 경제범죄와 보이스피싱과 같은 서민 대상 범죄가 전건송치 대상에서 빠진 점을 지적했다. 정 장관은 "이런 부분들이 한 번 다시 걸러질 필요성이 있다"며 "사회적 약자 대상의 범죄의 그 범위에 관련해 더 심도 있는 고민을 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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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에 따라 사건 처리 절차가 달라지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세일 법무법인 세일 변호사는 "같은 사건도 경찰이 수사하면 전건 송치 대상이 아니지만 특사경이 수사하면 검찰에 넘겨야 할 수 있다"며 "수사 주체에 따라 절차가 달라지면 현장에서 상당한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변호사는 피해자 보호가 시급한 범죄에 한해 검찰의 재검토 절차를 두는 방향 자체는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복합적인 형사사건이라도 수사 관할과 처리 기준을 명확히 규정한 통일된 지침이 마련된다면 피해자 보호가 시급한 범죄는 신속히 처리하고 다른 혐의는 분리해 수사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