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녹아내려 속 깊이 스며듭니다."
엑스(X·옛 트위터)에 '찬술' '아이스' '작대기술' 등 마약류를 뜻하는 은어를 검색하자 판매 유도글이 잇따라 나타났다. 유명 연예인 사진을 포스터처럼 활용하고 '24시 약국'이라는 문구를 내건 계정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게시글에 적힌 텔레그램 링크를 누르자 "지역·품목·수량을 남겨달라"는 자동 메시지가 전송됐다. 별도의 신원 확인 절차도 없었다. SNS에서 은어를 검색하고 링크를 누르는 것만으로 마약류 구매 단계까지 이어지는 구조였다.
SNS는 청소년이 마약류에 처음 노출되는 주요 통로가 되고 있다.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청소년 마약류 사범의 82.7%가 SNS를 통해 처음 마약류를 접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청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는 마약류 유입 경로를 별도로 분류하는 항목이 없다. 이에 학교전담경찰관(SPO)들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청소년 마약류 사범의 수사기록을 분석해 노출 경로를 파악했다.
청소년이 주로 찾는 품목은 대마나 필로폰(히로뽕)보다는 졸피뎀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향정신성의약품이었다. 한 번 구매할 때 10만원이 채 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 타인의 처방전으로 의료용 마약류를 대신 처방받거나 처방약을 온라인에서 불법 구매·양도하다 적발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한 서울지역 SPO A씨는 "판매자들은 청소년이 감당할 수 있는 금액으로 가격을 책정해 유인한다"며 "비용 문제도 적어 간단한 검색만 거치면 향정신성의약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단 점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거래 방식도 일상적인 중고거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A씨는 "주로 편의점 택배를 통해 물건을 보내고 대포 계좌로 돈을 받는다"며 "판매자가 계정을 바꿔 추적이 까다로운 구조"라고 말했다.
전문의약품이나 의료용 마약류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타이레놀 등 일반 진통제나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수면유도제를 한꺼번에 수십알씩 복용하는 'OD'(Overdose·과다복용) 게시물도 확산하고 있다.
실제 SNS에서 'OD'를 검색하자 개봉한 약 봉투와 알약 사진을 올린 인증 게시물이 다수 확인됐다. "약이 손에 들어오자 참지 못하고 20알을 먹었다" "OD를 했다가 구급차를 불렀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런 게시물은 약물 과다복용을 위험 행동이 아니라 또래와 공유하는 경험처럼 보이게 만든다는 점이 문제다. 자해나 우울증을 겪는 청소년이 게시물을 반복해서 접할 경우 모방 행동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하지만 플랫폼 차원의 대응은 여전히 판매 게시물을 신고하면 삭제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게다가 마약류 은어와 판매 방식은 빠르게 바뀌고 텔레그램 등 외부 메신저가 주로 이용되면서 거래 과정을 추적하기도 어렵다.
A씨는 "청소년 마약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국가와 플랫폼 기업 차원에서 책임감을 갖고 마약류 불법 거래를 선제적으로 탐지하고 차단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