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휴가 중 "일하러 간다" 끝내 못 돌아와...5명 숨진 '의암호 참사'[뉴스속오늘]

전형주 기자
2026.08.06 06:00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의암댐 선박 전복 사고 발생 이틀째인 2020년 8월7일 강원 춘천시 남산면 춘성대교 인근 북한강에서 발견된 경찰정. /사진=뉴스1

2020년 8월 6일. 강원 춘천 의암호에서 폭우 속 인공수초섬 회수 작업에 나섰던 공무원과 경찰관, 용역업체 직원 등 8명이 탄 선박 3척이 잇따라 침몰했다. 이 사고로 5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작업 지시와 안전 관리 책임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지만, 5년 뒤 법원은 사고 관계자들에게 형사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선박 3척 침몰…5명 사망·1명 실종
사진은 사고 전 의암호의 하트 모양의 인공 수초섬의 모습. /사진=춘천시 제공

사고 당일 오전 10시쯤 춘천시청 환경과에는 하트 모양 인공수초섬이 떠내려간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춘천시 환경과 이모 주무관은 수초섬 제작업체 직원 1명과 함께 고무보트를 타고 의암호로 출동했다. 수질개선 업무를 맡던 춘천시 기간제 근로자 5명도 행정선(환경감사선)을 타고 작업에 투입됐다.

이들은 떠내려간 수초섬을 강변으로 밀어 넣은 뒤 결박하는 방식으로 고정하려 했다. 하지만 거센 물살에 결박선이 끊어졌고, 112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출동한 경찰정도 수초섬을 붙잡으려 했지만 실패했고, 오전 11시30분쯤 철수하기로 했다.

철수를 결정한 직후 고무보트가 수초섬에 걸려 뒤집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탑승자 구조를 위해 접근하던 경찰정과 행정선까지 댐을 가로질러 설치돼 있던 수상 통제선에 걸리면서 잇따라 침몰했다.

당시 통제선은 소양강댐 방류 등의 영향으로 물에 잠겨 맨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전복된 선박들은 너비 13m의 의암댐 6번 수문을 통해 하류로 떠내려갔다.

선박 3척에는 총 8명이 타고 있었다. 이 가운데 기간제 근로자 1명은 사고 직후 탈출했고, 경찰관 1명은 사고 지점에서 약 13㎞ 떨어진 곳에서 구조됐다. 당시 구명조끼와 우비를 착용한 덕에 체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춘천시 환경과 이 주무관과 기간제 근로자 3명, 경찰관 1명은 숨진 채 발견됐다. 실종됐던 기간제 근로자 권모씨는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휴가 중 작업 투입…유족 "누군가 지시"
강원 춘천시 서면 의암댐에서 경찰선과 행정선, 고무보트 등 3척이 뒤집혀 5명이 실종되는 사고가 났다. /사진=강원도소방본부 제공

사고 이후에는 작업 강행 경위와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

특히 숨진 춘천시 환경과 이모 주무관 유족은 사고 전 차량 블랙박스 녹취를 공개하며 "이 주무관은 출산휴가 중이었지만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누군가의 지시로 작업에 투입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공개된 녹취에는 "저 휴가 중인데 어디에 일하러 간다", "미치겠네 미치겠어" 등의 내용이 담겼다.

유족은 "약 14억원을 들인 인공수초섬 유실을 막기 위해 무리하게 작업을 진행하다 사고가 발생했다"며 춘천시 측에 항의했다.

사고 현장을 찾은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도 "물살도 빠른데 수초섬이 떠내려가면 그냥 내버려둬야지. 수초섬과 인명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느냐"며 작업 과정의 안전 관리 문제를 지적했다.

현장 지휘자 등 8명 기소됐지만 '무죄'
의암댐 선박 전복 사고와 관련해 한국구조연합회 춘천지역대 민간부문 수색조가 강원도 춘천시 백양리역 인근 북한강변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는 모습. /사진=뉴스1

검찰은 사고 책임을 물어 현장 지휘자를 비롯한 춘천시 공무원 7명과 인공수초섬 제작업체 관계자 1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부유물 제거 작업 지시와 유실된 수초섬 결박 작업 지시 등이 사고 발생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도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관계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해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이나 안전조치 의무 위반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업무상 과실이나 인과관계, 안전조치 의무 위반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사고의 비극성과 별개로, 피고인들의 잘못이 선박 침몰과 사망·실종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을 형사책임으로 인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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